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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y study/Book Review

종속인가 공존인가

종속인가 공존인가

「위대한 공존」 (브라이언 페이건, 김정은 옮김, 반니)


책을 보면 제목만으로도 그 내용과 흐름이 짐작 가는 경우가 있는 반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자기계발서인 줄 알았는데 수필인 것 같은 책, 경제경영서인 줄 알았는데 소설인 책도 있다.


 

 

위대한 공존 역시 그렇다.

제목만 봐서는 마치 하버드나 스탠포드의 저명한 교수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나 정치, 경제 등을 논한 책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 책의 저자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타바버라 캠퍼스의 명예교수인 브라이언 페이건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정치, 사회, 문화 등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를 움직인 여덟 동물에 관한 이야기다. 그 주인공은 바로 개, 소, 말, 낙타, 돼지, 양, 염소, 당나귀 등 인류역사와 동행해온 동물들이다. 그 동물들이 처음 인간과 함께해 온 그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분량이 좀 되는지라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한 편의 서사시를 보는 듯, 장엄함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흑백이라 아쉽기는 하지만 중간중간 참고사진들이 삽입되어 있어 본문의 이해를 돕고 있다.

'1부 쫓는 사냥꾼과 쫓기는 사냥감', '2부 늑대와 인간', '3부 농업혁명', '4부 당나귀는 어떻게 세계화를 이끌었는가', '5부 황제를 권좌에서 끌어내린 동물', '6부 사막의 배', '7부 순하며 우직하며 한결같은' 등 총 7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안에 17개의 세부주제를 다루고 있다. 본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추가적인 내용들은 회색 상자에 따로 정리하여 많은 도움이 된다.  



동물에 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해서 단순히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언론을 통해 자주 등장하는 반려동물과 같은 윤리, 도덕 등에 대해 다루는 것이 아니라 보다 큰 안목에서 인간과 동물에 관한 역사적 관계에 보다 중점을 두었다. 인간에 의해 주도되어 왔던 인류역사의 큼직큼직한 사건들 이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던 동물들의 이야기들이 새롭게 느껴진다.



책을 읽다보니 몰랐던 사실들, 흥미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물론 내가 모르는 사실들을 책을 통해 알게 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정말?' 하는 신기한 내용들도 있었다. 1800년대에 동물전시회가 있었다거나 빅토리아시대의 애완견 사랑에 대한 삽화는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신이 설계한 동물'이라는 특이한 수식어가 붙은 낙타에 대해서도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놀라운 사실들을 접할 수 있었다.


책이 두껍고 내용은 깊이가 있지만 지루하지 않고 시대적 흐름, 각 동물들의 특성에 따라 책을 읽다 보면 책장이 한참 넘어가 있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물론이고 동물애호가들에게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될 만한 유익한 책이다.



종속인가 공존인가 - 「위대한 공존」

calam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