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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ize the day!/영화·공연·전시

한국정통뮤지컬, '미소' 짓다 - 2%의 아쉬움이 채워지길 기대하며

한국정통뮤지컬, '미소' 짓다

2%의 아쉬움이 채워지길 기대하며

 

위드블로그의 리뷰어에 선정되어 간만에 공연을 보게 되었다. 장소는 수년 전 난타를 보기 위해 갔었던 정동극장. 자리도 로얄석인 B열,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중간 자리에 앉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정통뮤지컬'이라는 수식어를 의식하며 관람했다. 그 짧은 시간의 단상들을 적어본다. 

 

2012/09/22/Sat.

 

미소(美笑)

 

"'미소(美笑)'는 우리의 고전 대표 러브스토리인 '춘향전'에 아름다운 한국 춤, 국악, 풍물이 어울려 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한국 전통 뮤지컬"이다. 공연을 보고나니 정말 춤과 국악, 풍물이 잘 어우러진 무대였다. 그러나 1시간 20여분의 비교적 짧은 공연시간을 보고난 전체적인 느낌은, 뮤지컬이라기 보다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의 성격이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이었다. 노래라고는 중간에 세 번 밖에 나오지 않았고 한국어 대사는 짧게 2~3번만 나왔을 뿐이다. 중국인 등 외국인을 주 타겟으로 삼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부분이다.

 

문제는 내가 춘향전의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소'의 각 장면들이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부분들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외국인 관람객들 또한 전체적인 흐름이 '해피엔딩의 러브스토리'라는 정도만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에 난타처럼 다양한 사운드로 승부를 거는 작품이었다면 모르겠지만 분명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는 춘향전을 다뤘다는 점에서 이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출연진들의 열연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대사 한 마디 없이 애절한 사랑의 마음을 몸짓과 표정으로만 보여주려니 힘들었을 텐데, 손짓 하나 표정 하나에도 감동과 여운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했다. 그리고 중간에 본 난타와 비슷한 장면, 그리고 다소 길게 느껴지기도 한 엔딩 부분은 80여분의 아쉬움을 한 순간에 날려버릴만한 환상적인 시간이었다. 각종 전통악기들이 만들어내는 그 웅장함과 환상적인 조합은 말 그대로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한국전통예술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또한 모든 순서를 마친 후, 출연진들이 사물놀이를 하면서 관객 사이로 빠져나가 극장 안마당에서 계속해서 공연을 이어나가는 모습은 독특한 시도였다고 본다. 시간이 있다면 조금 더 가까이서 마음껏 사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동극장

344석 규모의 정동극장은 무대와 객석이 바로 마주 붙어 있어서 출연진들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었다. 실제로 공연 중간중간에 출연진들이 관객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있어서 그 재미를 더하는 한편 훨씬 생동감이 넘쳤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로비에는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모여있었는데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상당히 소란스러웠다. 이것은 '미소'를 관람한 다른 블로거들도 대부분 언급했던 내용인데 여기가 한국인가 싶을만큼 많은 중국인들로 넘쳐났다. 공연이 끝나고 문을 나서니 여러 대의 관광버스들이 정동극장 앞에 줄지어 서 있었던 것으로 보아 단체관광객들인 것 같다. 객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그런데 공연 전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공연이 시작되고 난 후에도 그들의 떠드는 소리로 공연에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B열에 앉은 한국인들과 다른 나라 사람들은 중국관람객들이 떠들 때마다 그 쪽을 쳐다보며 불쾌한 표정을 지어보이곤 했다. 진행요원들은 사진촬영을 막는 데에는 번개같이 움직였지만 관람 도중에 크게 떠드는 행위에 대해서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쉬웠다. 관람객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인관광객들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다른 관람객들에 대한 배려도 분명 필요하다. 공연시작 전에 다시한번 안내를 하거나 관광객을 인솔하는 가이드에게 미리 당부를 해두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다음에 다시 이 공연을 보게 된다면,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유지될 수 있기를 바란다.

 

 

또 다른 한류

즘 '강남스타일'의 인기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와 규모로 전세계에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 한국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유럽과 남미 등은 물론, 전세계를 통해 그동안 많은 아이돌 가수들과 영화배우들도 '한류'라는 이름으로 국위를 선양하고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있다.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진정한 한국적인 코드를 담아낸 한류는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적인 것, 한국의 문화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컨텐츠는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큰 행사의 특별순서에서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추거나 태권도 시범, 사물놀이가 마치 한국의 모든 것인양 느껴질 때도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춘향전'이라는 스토리 라인과 국악, 풍물이 잘 조화를 이룬 '미소'는 분명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만한 진정한 '한류' 컨텐츠라고 본다. 지루하거나 단순하지 않으면서 짧은 시간에 한국의 전통문화를 한 자리에서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보여주는 공연이 아닌 '느끼고 감동받을 수 있는' 그런 공연이었다.

 

어차피 노래를 하는 동안에 자막을 보여주고 있으니, 전체적인 흐름을 보다 원활하게 하고 내용을 잘 전달하기 위해 다른 뮤지컬 처럼 더 많은 노래가 삽입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아니면 차라리 중요한 장면에서는 자막처리를 하여 이해를 돕는 것은 또 어떨까. 그리고 관객참여 순서가 있었는데 다소 어정쩡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보다 확실하고 재미있는 코너를 구성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난할 마음은 전혀 없다. 오히려 재미있게 보았기에, 또 한국의 전통문화가 세계 속으로 더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가감없이 정리해 보았다. 더 많은 외국인은 물론, 우리의 전통문화가 가진 장점과 가능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한국인들이 더 많이 누리고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그럴만한 가치와 가능성이 충분한 작품, 바로 '미소'다.

 

누군가 이 글을 보고 '미소'를 보고자 한다면 한가지만 기억하자. 기존의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대한 고정관념만 잠시 옆에 내려놓는다면 진정한 한국이라는, 작지만 큰 나라의 재미와 감동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미소' 홈페이지 가기

 

 

 

한국정통뮤지컬, '미소' 짓다 - 2%의 아쉬움이 채워지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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