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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에게 집을 장만해주다 - 상자(박스)로 집만들기

딸들에게 집을 장만해주다!

 - 상자(박스)로 집만들기 -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박스로 만든집. 오늘에야 만들어주었다

 

 

너무나도 예쁜 딸들을 바라보노라면 곧 학교에 들어가서 사춘기를 겪으며 반항도 하고 남자친구 생겼다고 아빠는 뒷전일 때가 올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울적해지곤 한다. 머, 앞날을 미리 걱정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현실인걸. 그래서 때로는 어차피 떠날 녀석들 너무 정 주지 말자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그것도 잠시. "아빠~" 하면서 달려오는 두 팔에 내 마음도 활짝 열리고 만다.

 

집의 위치도 마침 잘 맞는 것 같다

 

오래전부터 그런 아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다. 상자 속에 들어가서 노는 걸 좋아하고 숨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이기에 아이들만의 집을 지어주고 싶었다. 언젠가 강동구어린이회관에서 이벤트 가운데 하나로 박스로 집을 짓는 것을 했었는데 시간에 늦어 참가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 전에는 튼튼하고 깨끗한 박스를 구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 집 근처에 있는 도매상을 찾아가기도 했다. 문이 닫혀 있어서구입하진 못했지만...

 

내가 welcome을 적었더니 큰 아이가 저 말을 꼭 써야 한단다 -.-

 

오늘  생일선물로 받은 의자가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나는 의자보다 박스에 눈의 번쩍 했다. 크고 튼튼해서 박스를 보는 순간 '이거다!' 싶어서 맘먹고 작업을 해보았다. 아파트 재활용코너에 가서 크고 튼튼한 박스 몇 개를 더 가져다가 재단을 하고 붙이고 하는 작업들이 혼자하려니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나름 현관문과 창문, 손잡이와 정문을 꾸미기도 해봤지만 역시 꾸미는 것은 자신이 없다. 하지만 비교적 튼튼하고 아이들이 놀만한 공간은 완성되었다.

 

지붕 바로아래에 큰 아이 생일파티사진을 걸어놓았더니 그나마 분위기가 산다

 

좋아라 하는 아이들 모습 보니 마음은 좋다. 수십만원짜리 플라스틱 집을 사줄 수도 있겠지만 아빠가 직접 만들어주었다는 사실에, 그리고 만드는 과정에 동참했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더 기뻐하고 감사해 했다. 나도 물론 더 기뻤다. 맘 같아선 색칠도 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주고도 싶지만 나머지는 아이들이 직접 꾸미도록 했다. 토요일 오전 오후 내내 늦잠도 못자고 피곤했지만 아이들의 기뻐하는 모습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채광을 위해 창문도 만들고 둘째 아이 사진도 붙여주었다

 

그대로 버려지는 박스를 이렇게 재활용하니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되었을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그리고 내게도 큰 기쁨이 되었다. 환경보호는 거창한 것보다 그저 이렇게 생활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작은 것들로도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다. 물론 바쁜 생활 속에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지만 아이들이 기뻐할 생각을 한다면 그런 것쯤이야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게다가 환경을 생각하는 일이기도 하니 일석삼조가 아닐 수 없다.

 

앞으 내가 아이들에게 어떤 아빠로 비춰질 지 나는 모른다. 내 앞에서 "아빠 사랑해요", "아빠 최고!"를 외칠지라도 자기들 원하는 것 안해주면 당장 고개를 돌리며 "아빠 미워!"를 외치는 아이들. 그러나 그게 자식이고 이게 아빠이기에 서운해도 할 수 없다. 그렇게 나의 부모도 나에게 얼마나 많은 서운함을 느꼈을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른다. 허름한 박스집이지만 기뻐해주는 아이들이 있어 고맙고 행복하다. 

 

하다보니 집이 '6호'가 되었다

 

 

딸들에게 집을 장만해주다 - 상자(박스)로 집만들기

calamis

(http://calamis.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