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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y study/Book Review

보는 맛, 읽는 맛이 있는 책 - 「맛있게 드세요 보나페티」(정지연) 리뷰

보는 맛, 읽는 맛이 있는 책

- 「맛있게 드세요 보나페티」(정지연) 리뷰 -


 


맛있게 드세요 보나페티

저자
정지연 지음
출판사
큐리어스 | 2013-04-3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익숙한 것과 다른 것들이 만나 새로운 세계가 태어나는 앨리의 부...
가격비교

 

"Bon appétit!"

우리나라 말로 바꿔 말하면 "찬은 없지만 많이 드세요!" 정도의 의미를 가진 프랑스어이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 프랑스어를 제2외국어로 배운 덕택에 잘 하지는 못하지만 프랑스어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있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라고 자부한다는 그들의 언어는 내겐 낯설어만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음식만큼은 세계 최고라는 찬사가 잘 어울린다.  

 

맛있게 드세요 보나페티」(정지연).

한 권의 감성적인 수필집을 받아든 듯 따뜻한 그림들이 한가득 들어있는 책이다. 제목과 내용, 그리고 그림이 어울리지 않는 듯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보통의 요리책들이 선명한 사진과 재료, 조리시간, 레시피 등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는 것과 달리 이 책은 엄마가 결혼을 앞둔 딸에게 신부수업을 하듯 따뜻하고 정감어린 어조로 요리법을 가르쳐준다. 독특한 감성이 살아있는 황홀한 맛의 세계에 빠져보자.

 

「맛있게 드세요 보나페티」(정지연, 큐리어스, 256쪽, 2013)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

 

이 책은 프레시치즈 샐러드, 토마토 홍합스튜, 립아이 스테이크, 전복 리소토 등 15가지의 요리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책 후반부에는 '맛있는 향기'라는 제목으로 미르포아, 부케가르니, 그 외 다양한 향신료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맨 뒤에는 특별부록으로 'RECIPE CARDS'를 따로 준비하여 앞에 소개한 요리들을 간단한 카드 형식으로 제공한다.

 

(출처: 인터파크)

 

:: 독특한 구성의 요리비법

각각의 요리는 'HEART OF FOOD', 'IN THE KITCHEN', 'PLATE FOR YOU' 등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중간에는 'More Dishes'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팁이 들어있기도 하다.

 

'HEART OF FOOD'

서문에서 저자는 '레시피부터 찾지 말고, 음식의 마음에 귀를 기울입니다. 재료의 목소리를 듣고 음식의 원리를 생각합니다. 원리를 알면 누구나 자신만의 요리를 '창조'하고 수십 가지로 응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레시피보다 먼저 음식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게 해준다. 어촌에서는 생선을 먹다가 뒤집으면 안된다거나, 전라북도 익산 할머니 댁에서의 추억 등이 언급되며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추억이고 문화이며 의미라는 것을 강조한다.

 

'IN THE KITCHEN'
본격적인 레시피가 소개된다. '필요한 것들'이라는 이름으로 필요한 재료들을 알려준다. 정확하게 수치로 설명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 레시피는 두 명이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세 명이면 레스토랑에서 주는 정도로 나눠 먹을 수 있는 양이다.'라는 식으로 참 현실적으로 설명한다. 한 단계를 설명하는데 반 페이지, 한 페이지가 넘는 경우도 있다. 대화하듯 편안하게 책을 이끌어가는 솜씨가 대단하다.

 

'PLATE FOR YOU'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 요리를 제대로 먹는 방법이라든지, 젓가락 없이 홍합을 먹는 방법, 가자미 살을 잘 발라먹는 방법 등 요리 외적인, 그러나 알아두면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을 담았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해당 요리가 만들어지게 된 과정이나 뒷 이야기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바로 오른쪽 페이지에는 요리 그림이 크게 자리잡고 있고 지시선을 넣어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출처: 인터파크)

 

:: 인상적인 제목

책 전체적으로 저자의 감수성이 많이 느껴진다. 수필이나 소설을 썼다해도 성공했을 것 같다. 편안하면서도 마음에 남는 글들, 그것이 요리와 만나니 독특한 시너지효과를 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제목이다. '봄날의 정원을 담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오늘은 즐거움을 굽는 날', '태양이 키스한 야채스튜' 등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제목들이다.

 

독특한 목차 페이지도 상당히 인상적이고 '클래스를 함께 여행햘 도구와 기본 재료' 일러스트도 편안하다. '포실포실하게 감자를 삶는다', '뭉근하게 35분간 끓인다' 등의 표현도 왠지 모를 정감이 간다. 소의 각 부위를 컬러로 표시(p.163)해 주거나 스테이크의 종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pp.164-166)해준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구석구석 작은 곳 하나에도 정성을 기울인 느낌이 든다. 괜찮은 책이다.

 

 

(출처: 인터파크)

 

 

아쉬운 점들

 

- 이 책의 정체성이란

책 제목 위에 '메르삐꽁 셰프의 마음을 담는 쿠킹 클래스'라는 글귀가 보인다. 그렇다. 이 책은 쿠킹 클래스를 책으로 옮겨온 요리책이다. 서정적인 글도 좋고 부드러운 느낌의 일러스트도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궁금한 건 내가 이 책을 보고 그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설명이 충분하지만, 현실적인 설명이 미소짓게 하지만 요리부분에서는 그래도 사진을 넣어야 하지 않았을까?

 

전체적인 흐름을 가져가고 있는 일러스트에 사진을 넣는다는 것이 사실 많이 부담스러웠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설명이 자세하고 대화하는 듯한 문체로 그러한 아쉬움을 달래려 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해보인다. 하지만 'IN THE KITCHEN' 등에 삽입된 일러스트는 어떤 요리를 소개하는지, 어떤 재료인지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실사 사진에 일러스트 효과를 덧입혀서라도 좀 자세하게 설명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들

'HEART OF FOOD', 'IN THE KITCHEN', 'PLATE FOR YOU'의 구분이 모호한 경우도 있다. 그리고 각 요리의 맨 첫 페이지에는 요리의 제목과 간단한 서문이 보이는데 이 글 또한 'HEART OF FOOD'이나 'PLATE FOR YOU'의 글과 차이를 느낄 수가 없다. 물론 꼭 모든 것이 명확하게 나뉘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책을 아무리 읽어 보아도 'IN THE KITCHEN'을 제외한 나머지 부제에 대한 내용 설명도 없을뿐더러 구분 자체도 명확하지 않다.

 

p.102의 경우 한 페이지에 많은 내용을 넣다보니 글씨 크기가 많이 작아 보인다. 심지어 오른쪽 페이지에 있는 그림 설명보다도 작아보인다. 내용은 좋은데 글씨 크기가 너무 작으니 눈에 잘 안 들어온다. 스테이크 이미지는 상당히 잘 그려진 느낌이지만 어떤 요리들은 무슨 요리인지 눈에 잘 안 들어온다. 레시피에 삽입된 그림들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잘 이해가 안되는 경우도 있다. 마음을 담았다 하더라도 이 책은 요리책이다. 그래서 아쉽다.

 

(출처: 인터파크)

  

 

마치며

 

책에 대한 소개를 처음 보고 얼마 전에 리뷰했던 「All that FISH」(송윤형)를 떠올렸다. 하지만 책을 받고나니 전혀 느낌이 달랐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의 맛깔스런 요리들을 소개하는 책인데 한 편의 수필집이 잘 버무려져 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저자의 유머러스 하면서도 감성적인 글귀들이 요리를 단순한 음식에서 삶으로 승화시켜주는 듯하다. 그래서 정형화된 스타일의 레시피 위주로 된 책들보다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러기에 마음을 담는 일과 요리법을 설명하는 경계선에서 줄타기를 하다가 명확한 정체성을 놓친 것 같아 아쉬움은 남는다. 하지만 이 정도의 요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일반적인 요리책의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충분히 요리의 맛 자체뿐만 아니라 그와 얽힌 이야기들을 공감하면서 나눌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는 사람들이 읽기에 적당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처: 인터파크)

 

 

 


 

 

 

보는 맛, 읽는 맛이 있는 책 - 「맛있게 드세요 보나페티」(정지연) 리뷰

calamis

(http://calamis.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