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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y study/Book Review

자라, 세계를 입다 - 「자라 성공스토리」(코바돈가 오셔) 리뷰

자라, 세계를 입다

- 「자라 성공스토리」(코바돈가 오셔) 리뷰 -

  

 

자라(ZARA)

해외에서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국사람들에게 있어서 '자라'라는 단어는 동물을 지칭하거나 '무럭무럭 자라라', 내지는 '졸리면 자라' 정도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특히 보통의 남자라면 말이다. 하지만 여성들에게 있어서는 스페인에서 온 저렴하지만 높은 퀄리티를 지닌 의류브랜드로 생각하는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자라는 현재 전 세계 86개국에 6천여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패션브랜드 자라는 스페인 인디텍스 그룹의 회장인 아만시오 오르테가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공식석상이나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자제하는 사람이기에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인물이기도 하다. 2001년 기업상장을 앞두고서야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나타났을 정도다. 그러한 까다로운 인물의 지인이 쓴 그의 성공스토리, 바로 「자라 성공스토리」(코바돈가 오셔)에 모두 담겨 있다.  

 

 

「자라 성공스토리」(코바돈가 오셔, 공민희 옮김, 272쪽, 2013)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

 

「자라 성공스토리」는 여성지 <텔바(Telva)>의 편집국장을 역임하고 현재 ISEM 패션 비즈니스 스쿨의 교장을 맡고 있는 코바돈가 오셔가 쓴 책이다. 자라를 이끌고 있는 '오르테가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일상에서 얼굴을 보는 동료'이기에 그의 성공스토리와 성품, 가족 등 전반적인 것들에 자세히 기술할 수 있었다. 오르테가와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자라의 현재와 미래에 이르기까지 자라의 모든 것을 10장에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출처: 인터파크)

 

:: 1장 아만시오 오르테가와의 만남

저자가 아만시오 오르테가와 만나는 과정을 마치 소설이나 일기를 쓰듯 사실과 느낌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이야기하고 있다. 1990년 민소매를 입고 평직원처럼 일하던 오르테가 회장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공장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는 에피소드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겪었던 상황들을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다. 한 기업의 대표가 직접 공장을 안내하며 격식을 차리지 않고 이름을 부르게 하는 그의 편안함이 성공의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 2장 성공 신화의 첫 걸음

철도원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오르테가의 어린시절과 가정환경, 학교 공부를 포기하고 셔츠가게의 판매 보조로 일하게 된 계기, 일에 집중하며 살아 온 그간의 여정을 허심탄회하게 고백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생일조차도 사무실에 나와 일하는 모습 속에서 워커홀릭이 아닌 진정 일을 즐기며 거기에 몰입하는 한 기업가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한 번도 사무실을 가져 본 적이 없다는 그의 말 속에 성공한 사람들이 가지는 자기만의 독특함을 느낄 수 있었다.

 

:: 3장 자라, 21세기의 새로운 패션 문화

초기 '고아'라는 이름의 소규모 의류 업체에서 출발하여 몇 년 후 인디텍스를 세우고 얼마 안되어 전 세계 8대 성공 기업이 되기까지의 여정이 소개된다. 패션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사회적 변화 현상으로 채택하게 만드는 그의 능력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또한 전적으로 고객에게 집중하는 직원들의 모습 속에서 자라의 성공 비결을 찾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 4장 아만시오와 인디텍스의 성장

'고객이 요구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옷을 만들자'는마음으로 시작한 그의 사업이 어떻게 인디텍스라는 거대한 의류 공화국을 이루게 되었는지 그 성장과정이 공개된다. 그 비결의 핵심을 항상 아이디어를 단순화시키는 것을 좋아하는 오르테가의 빠른 의사결정,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 그리고 매장직원의 마음가짐 등으로 나누어 자세히 설명한다.

 

:: 5장 자라의 세계시장 진출

자라의 세계시장 석권의 주된 요인은 해당 국가의 사회적, 문화적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적합한 전략을 구사한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을 주력 시장이 아니라고 본다거나 슬라브 여성들은 과시하기를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그에 따른 마케팅전략을 펴나가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더욱 낮은 가격, 더욱 높은 품질의 원칙을 고수하는 자라는 세계시장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

 

:: 6장 오늘의 신상, 자라

시대가 변함에 따라 패션에 대해서도 재정의되고 있는 오늘날, 자라는 유행을 타지 않는 훌륭한 품질의 기본 아이템에 각자가 개성을 살려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여성에게 자유를 제공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 신제품을 생산하여 여성들이 똑같은 옷을 입도록 놔두지 않는다. '최소 6항목'으로 알려진 고객에 대한 기본원칙이 말해주듯 그들은 고객을 왕으로 여기며 행복하게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 7장 측정 가능한 윤리적 프로젝트

페루 지진 피해자들에게 백만 유로를 지원하고 직원들이 직접 나서서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게 된 과정 등을 시작으로 '측정 가능한 프로젝트', '유엔세계기업협약기구' 가입, 국제 노동조합 연맹간의 협력 서명 등 단순히 덩치만 큰 글로벌기업이 아닌 사회적책임을 실천하는 기업으로서의 인디텍스와 오르테가에 대해 소개한다. 동시에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가족처럼 여기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과 철저하게 양심적인 모습이 그의 성공의 원동력임을 말한다.   

 

:: 8장 기업과 인생을 보는 방식

저자는 오르테가와 함께 한 점심시간을 언급하면서 그가 이 책을 통해 자신이 강조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이 모든 성공은 운이 좋았던 것일 뿐이며 자신이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것은 바로 그와 함께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이어서 자라의 DNA에 대해 언급하는 동시에 인생의 필수적인 것 중 하나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고 전한다. 그리고 자신의 어린 시절과 가족에 대한 솔직한 마음도 담았다.

 

:: 9장 새로운 여성을 위한 새로운 자라

시대의 변화에 따른 여성들의 패션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크로아티아 여성들은 저렴하다는 이유로 자라를 구입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실용적인 구매형태가 일반화되어가는 추세 속에서 자라가 어떻게 자리를 잡아가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오르테가는 오픈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며 동시에 어디서든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 10장 자라의 현재와 미래

파블로 이슬라 현 CEO의 영입과정이 소개되고 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아주 젊은 나이에 최고 지방검사에 오른 뛰어난 업무 능력을 소유한 자로 평가받는 그는 오르테가로부터 적극적인 제안을 받고 인디텍스의 CEO 자리에 앉게 된 이후 그의 업무수행과정에 대해 상세히 소개한다. 더불어 자라의 문화와 정신은 철저한 기업가적 마인드에 입각하여 회사일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는데 있으며 스스로 항상 개선하고 더 잘하자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출처: 인터파크)

 

 

아쉬운 점들

 

- 뭐지? 이 끊기는 느낌은

독자마다 좋은 책이라고 말하는 기준은 다르다. 주제와 내용만 좋으면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디자인이나 구성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읽기에 편하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문체가 첫번째 요소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난 모든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가운데 포기할 수 없는 것이 한가지 있다면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는 자연스러운 문장이다.

 

그런데 이 책은 왠지 자꾸 맥이 끊긴다. 단어나 문장 하나하나를 보면 번역 자체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쭉 읽어가다보면 왠지 턱 하고 막히는 느낌이다. 안그래도 좁은 골목길에 과속방지턱이 난무하여 걷는 것보다 못한 상태라고나 할까. 문장과 문장의 연결이 연관성이 없고 상관없는 말들을 섞어놓은 느낌마저 든다. 딱히 어느 부분을 말하지 않더라도 전체적인 문장들이 그렇다.

 

국어나 문법, 교정교열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왜 그런가 가만히 살펴보니 접속사가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물론 모든 문장에 접속사가 사용될 필요는 없겠지만 대부분의 문단에서 문장과 문장을 이어주는 접속사나 그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던어들이 없다보니 서로 연결되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다. 이해는 되지만 왠지 모를 부자연스러움과 어색함이 느껴지는 이유다. 개인적으로 내용은 무난했지만 책장을 넘기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 소제목과 내용은 따로국밥?

책을 읽을 때면 가장 먼저 책의 제목을 보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제목에 걸맞는 내용을 기대하며 책을 구입하고 첫 장을 넘기게 된다. 그리고 목차를 본다. 각 장의 제목과 소제목을 훑어 보며 대략 어떤 내용일지 미리 전체적인 흐름을 머리에 구상하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책의 곳곳에서 소제목과 내용이 잘 안 맞는 본문이 보인다. 예를 들어 p.87부터 나오는 '항상 탁월함을 추구한다'가 그렇다.

 

제품에 대해서 항상 탁월함을 추구하는 오르테가와 자라의 이야기가 나오리라 기대하고 읽어나갔지만 그런 이야기는 전혀 없고 책의 내용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써 줄 것 등 이 책을 써나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사항들을 언급한 내용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목과 내용이 연결이 안되었다. '서울 매장의 성공과 아시아의 전망'에서는 달랑 몇 줄만 관련 이야기가 나올 뿐, 전체적으로는 오르테가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내용을 위주로 언급하고 있다.

 

원서의 내용을 따른 것인지 아니면 번역자가 따로 소제목을 붙인 것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가 없지만 조금만 읽어보면 파악할 수 있는 내용들인데 이렇듯 내용이 맞지 않는 부분은 아쉬움이 크다. 소제목의 분량도 차이가 크다. 굳이 분량을 똑같이 맞추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 격차가 좀 크다. 어떤 부분은 2페이지 정도, 또 어떤 부분은 십 수페이지가 넘는다. 분량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 내용분류가 제대로 된 건지 의아해지는 부분이다.

 

 

(출처: 인터파크)

 

 

오타리스트

 

오타를 체크하기 전에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기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표지였다. 표지 아래에는 영어로 'The Man from ZARA'라고 되어 있고 그 바로 아래 'The Story of the Genius Behind the Index Group'이라는 문장도 보인다. 그런데 'Index Group'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혹시 오르테가의 'Inditex' Group'을 잘못 쓴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Group Index'라는 말은 본적이 있어도 'Index Group'이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p.151 아래에서 3째줄: 조취 → 조치

p.175 아래에서 5째줄: 세를콜 → 셰를콜

p.177 위에서 2째줄, 10째줄: IBEX 35와 Ibex 35로 대문자와 소문자가 통일되지 않았다.

 

 

놓치기 아쉬운 문장들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걸어가면서 생겨날 뿐이다." _p.44

 

"아무도 저를 알아봐주지 않았고 이루어낸 일이 없었을 때에도 저는 성장을 꿈꾸었습니다. 그리고 한 번도 현실에 안주하거나 쉬운 길을 택한 적이 없었습니다." _p.59

 

"모든 일은 오늘 끝나야 합니다. 내일이 되면 너무 늦기 때문입니다." _p.72

 

"제가 돈을 많이 벌었다는 말이 사실이면 그 까닭은 돈을 버는 것이 제 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일 겁니다." _p.74

 

"큰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자신을 교육시킵니다." _p.108

 

"아만시오의 성공 비결은 그가 매장 직원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_p.111

 

아만시오가 사업을 시작할 때 이미 마흔을 넘긴 상태라는 사실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_p.125 

 

"인생에서 스스로 옳다고 믿는 일,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헌신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_p.188

 

"당신이 좋아하는 자라 옷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사세요. 그렇지 않으면 가질 수 없습니다." _p.205

 

"아름다움을 사랑해야 합니다. 인생의 필수적인 것 중 하나이니까요." _p.210

 

"교육이 당신의 능력을 발전시키거나 당신에게 능력을 제공합니다." _pp.228-229

 

"일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건 간에 스스로 하는 일과 해야 할 일에 믿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_p.230

 

 

"저는 한 번도 해야 할 일을 한 것이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했습니다 ……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해야 합니다. 그 일에 열정적이어야 합니다." _p.235

 

(출처: 네이버 라이프 윙버스)

 

 

마치며

 

최근에 비슷한 느낌을 주는 책 두 권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다. 오늘 포스팅 한 「자라 성공스토리」(코바돈가 오셔), 그리고 또 한 권은 세계적인 가구브랜드 이케아(IKEA)와 그 주인공 잉바르 캄프라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케아, 불편을 팔다」(뤼디거 융블루트, 미래의 창, 2013)이다. 두 사람 모두 자그마한 가게로 시작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인물들이다. 또한 최고 갑부의 반열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겸손하고 검소하게 사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자라와 오르테가는 그 영향력에 비해 알려진 것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책 내용에 의하면 자라의 창업자인 오르테가는 언론이나 외부에 노출이 되는 것을 상당히 꺼려하는 인물이다. 그러다보니 저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책을 집필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본인이 그동안 오르테가를 만나면서 직접 들었던 이야기들이나 느꼈던 점,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통해 전해들은 이야기를 정리한 부분이 더 많다. 그러다보니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거나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끄는 인물이니만큼 도대체 어떤 사람이며 이 회사가 이렇게 크게 성공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오르테가를 잘 아는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내용들이 독자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충족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특히 의류나 패션 쪽에 관심이 많거나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기존의 의류사업의 틀을 깨는 획기적인 제작 및 유통시스템 구축, 매장직원의 마음을 가진 CEO, 세계적인 기업가이지만 검소한 생활스타일 의류사업을 꿈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사업스타일을 벤치마킹할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에게서는 기존의 자수성가한 인물들에게서 발견할 수 없는 특이함이 많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편안하게 읽어내려가기는 좀 어렵지만 그 가운데 숨겨진 많은 보석들은 얼마든지 캐낼 수 있을 것이다.

 

(출처: 인터파크)

 

 

 


 

 

 

자라,세계를 입다 - 「자라 성공스토리」(코바돈가 오셔) 리뷰

calamis

(http://calamis.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