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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y study/Book Review

인문학 만찬을 즐기다 - 「인문학은 밥이다」(김경집) 리뷰 -

인문학 만찬을 즐기다

- 「인문학은 밥이다」(김경집) 리뷰 -

 

 


인문학은 밥이다

저자
김경집 지음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 2013-10-1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배움이 실력이 되는 세상, 인문학하라!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인...
가격비교

 

 

도서고 강의고 우리나라에 인문학의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동양고전을 중심으로 문학과 철학 등 여러 분야의 인문학 도서들이 연일 쏟아져 나온다. 쉬운 책부터 어려운 책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와 형식도 다양하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는 인문학과는 큰 상관이 없는 저자들도 있다. 지금의 유행을 따라 살짝 숟가락만 얹어 놓은 듯한 책들도 종종 보이곤 한다. 그런 가운데 제대로된 인문학총서가 서점에 나왔다.

 

「인문학은 밥이다」(김경집).

 

먼저 저자는 수많은 인문학 도서를 읽고 또 글을 쓴 사람이다. 책의 표지에 써 있는 것처럼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인문학자'로 알려진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흥미 위주이거나 수박겉핡기식의 내용이 아닌 말 그대로 인문학 전체를 한 눈에 보게 해주는, 그러면서도 깊이를 놓치지 않은 그런 책이다. 과연 이 책에는 어떤 내용들이 어떻게 소개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인문학은 밥이다」(김경집, RHK, 638쪽, 2013)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

 

이 책은 철학, 문학, 역사, 정치 등 12개의 인문학 분야를 '1부 마음의 깊이를 더하는 인문학', '2부 진보하는 인류와 인문학', '3부 감성을 깨우는 인문학', '4부 인문학은 관계맺기다' 등 4부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각 장은 여러 개의 소주제로 나누었고 맨 뒤에는 <읽어볼 책들>을 통해 읽을만한 관련 분야의 도서들을 자세히 소개한다. 인문학의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고 내용도 방대하지만 문장이 어렵지 않은 탓에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출처: 알라딘)

 

:: 1부 마음의 깊이를 더하는 인문학

 

1부에서는 나와 세상에 대한 물음을 따라가본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시작해, '죽음 다음에 무엇이 있을 것인가', '인간은 무엇인가'로 이어지는 이 여정의 첫 번째 행선지는 철학이다. 종교에서는 겸손을 배운다. 기독교 근본주의에 대한 역사적 고찰을 통해 평화와 구원을 이야기하는 종교가 편협함에 사로잡힌 이유를 추적해본다. 3장에서는 다른 학문과의 학제적 교류는 물론, 기술공학의 적극적인 수용을 통해 가장 빠른 속도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심리학의 최신 연구 따라잡기를 시도한다.

 

1장 철학
1 왜 철학인가·2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칼 포퍼·3 대륙의 합리론과 영국의 경험론·4 왜 동양철학인가·5 철학하라! ·읽어볼 책들

2장 종교
1 새뮤얼 헌팅턴과 비판자들·2 편협함은 어디에서 오는가·3 신화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4 종교의 문제는 곧 현대사회의 문제다 ·읽어볼 책들

3장 심리학
1 데카르트와 분트, 그리고 프로이트·2 새롭게 세상보기, 칼 융·3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라, 게슈탈트 심리학·4 ‘어· 내가 왜 이러지·’ 억압과 방어기제·5 왓슨과 스키너의 행동주의 심리학·6 심리학에 대한 오해와 진실·7 새로운 심리학의 탄생·8 심리학, 변신의 끝은 어디인가·9 새로운 강자의 대두, 뇌과학·10 다시, 인간이란 무엇인가 ·읽어볼 책들

 

:: 2부 진보하는 인류와 인문학

 

2부에서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뤘다. 먼저 살펴볼 분야는 역사다. 대부분 역사를 지식과 사실로 알고 있다. 그러나 역사를 기술하느 ㄴ주체와 방식에 따라 역사적 지식과 사실을 달라질 수 있음을 살펴본다. 또한 상당히 객관적인 분야이자 실험과 관찰을 통해 진실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인 과학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1장 역사
1 누구의 시선으로 쓴 역사인가·2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3 문학에서 역사 읽기·4 역사를 알아야 세계가 보인다·5 경제민주화, 역사로 곱씹어보기·6 역사는 나의 삶이다 ·읽어볼 책들

2장 과학
1 1543년, 믿음이 무너졌다·2 인터넷은 휴머니즘이다·3 당신에게 수학은 무엇인가··4 과학은 가치중립적인가· ·읽어볼 책들

 

:: 3부 감성을 깨우는 인문학

 

3부에서는 생각의 범위를 넓혀주고 우리의 가능성을 확장시켜주는 문학, 미술, 음악을 다뤘다. 1장에서는 문학을 장르별, 시간별로 추적해보며 문학의 속성을 따져보았다. 2장은 현대미술은 왜 어려운가라는 의문에서 시작한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미술을 하나로 꿰는 재현미, 표현미, 인식미의 변천사가 그 실마리를 제공한다. 3장에서는 시대를 담는 그릇으로서의 음악을 다뤘다. 그 한 예로 미국에서는 희귀본으로 여기는 <체르니>나 <바이엘>을 여전히 피아노 교본으로 삼는 우리 시대의 음악교육에 변화의 필요성은 없는지 살펴보았다.

 

1장 문학
1 최고의 인문학 교재는 무엇인가·2 시는 삶과 세상의 압축파일이다·3 소설은 당신의 이야기다·4 수필은 삶의 진정성이다·5 사조는 필연적 흐름이다·6 이야기의 힘, 해리포터·7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읽어볼 책들

2장 미술
1 현대미술은 불친절하다·2 재현미, 인식미, 표현미·3 《행복한 눈물》이 가르쳐준 것들·4 백남준, 시간과 움직임을 품다·5 미술과 돈, 그리고 국력·6 우리 미술, 이 얼마나 멋진가!·7 미니멀리즘으로 삶을 돌아보다 ·읽어볼 책들

3장 음악
1 하이든과 베토벤의 음악이 다른 이유·2 존 케이지, 침묵도 음악이다·3 랩의 바탕은 저항정신이다·4 왜 FM 라디오에서 팝송이 사라졌을까··5 피아노는 ‘가구’가 아니다!·6 국악에 대한 단상 ·읽어볼 책들

 

:: 4부 인문학은 관계 맺기다

 

4부에서는 너와 나, 더 나아가 우리 사회를 위한 인문학을 이야기 하고 있다. 1장에서는 권력을 얻고 유지하는 것보다 사람들 사이의 의견을 조율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역할로서의 정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어지는 2장에서는 현대인의 자아정체성을 규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경제에 대해 다룬다. 3장과 4장에서는 '타자'인 환경과 젠더를 다뤘다.

 

1장 정치
1 정치는 삶이다·2 민주주의는 인간회복이다·3 분노하라, 그리고 저항하라·4 정의란 무엇인가·5 좌파와 우파에 대한 이해·6 국제정치는 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7 새로운 정치적 대안, 거버넌스 ·읽어볼 책들

2장 경제
1 인간의 욕망과 자본주의·2 케인즈와 프리드먼·3 신자유주의의 등장과 폐해·4 다시 애덤 스미스로·5 경제와 정치는 동전의 양면이다·6 열린사회의 초석이 되어야 하는 경제 ·읽어볼 책들

3장 환경
1 자연은 더 이상 재화의 대상이 아니다·2 환경에서 생태로·3 환경 문제의 핵심은 돈이다·4 지속가능한 성장과 분배 정의로 바라본 환경·5 천부적 권리와 자연의 권리·6 세계시민권으로서의 환경 문제 ·읽어볼 책들

4장 젠더
1 섹스와 젠더의 미분화·2 차별의 역사, 불평등의 문화·3 억압에서 자유로·4 성적소수자의 인권을 허하라!·5 페미니즘이 아니라 휴머니즘이다 ·읽어볼 책들

   

(출처: 알라딘)

 

 

 

놓치기 아쉬운 문장들

 

철학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질문 속에 이미 답의 반은 들어있다. _p.026

 

철학은 관념이 아니라 실천적 삶의 방식이다. _p.061

 

결국 종교는 죽음에 대한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_p.071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_p.161

 

두려워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자들에게 펜을 쥐게 하면 칼 든 망나니보다 위험하다. _p.179

 

"역사는 단순히 과거에 관한 것이 아니다. 아니 과거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 사실 역사가 강력한 힘을 갖는 까닭은 우리 안에 역사가 있기 때문이고,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를 지배하기 때문이며, 그리하여 말 그대로 우리가 하는 모든 일 안에 현존하기 때문이다." _p.219

 

과학으로 우리는 자유를 얻었다. _p.229

 

인터넷은 비트로 치장한 옷차림의 구세주가 아니다. 그러나 인터넷이 우리가 현실에서 겪고 있는 억압과 차별 그리고 소외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인간의 구현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은 분명하다. _p.246

 

"고전이란 제목은 알지만 내용은 모르는, 혹은 제목은 들어봤지만 정작 읽어보지는 않은 책이다." _p.285

 

말과 글은 우리의 사고를 결정한다. 그리고 사고는 우리의 행동을 결정한다. 그것은 단순히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고리가 아니라 나의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_p.341

 

현대미술은 우리에게 낯익은 세상을 다른 시선과 다른 각도로 볼 것을 요구한다. 새로운 세상은 늘 그렇게 낯설게 오게 마련이다. _p.347

 

"시는 사람을 계발하고, 예는 사람을 성립시키며, 음악은 사람을 완성한다." _p.392

 

현대음악의 흐름과 변화를 눈여겨보면 뜻밖에 세상에 대한 너른 시야를 가질 수 있다. 요즘 떠들썩한 이른바 '한류'나 'K팝'도 넓은 관점 아래 훨씬 더 생산적이고 지속적인 상품이 될 수 있다. 관습과 통념을 깨야 한다. _p.411

 

일찍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인간이 정치적 동물이다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_p.447

 

정치는 결코 정치가들의 일이거나 나와는 무관한 별개의 대상이 아니다. 삶 자체가 하나의 정치다. _p.450

 

엄밀히 말하자면 한국 사회에서는 보수가 진정한 보수적 가치를 실천한 적도, 진보가 참된 진보적 가치를 실현한 적도 없다고 볼 수 있다. 미래의 한국 정치와 사회의 올바른 정립을 위해서라도 이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해는 필수적이다. _p.473

 

자연은 결코 불필요하게 낭비하는 법이 없다. 인간은 우주와 자연의 질서에서 삶의 질서를 배운다. _p.549

 

자연이 살면 인간도 살고, 자연이 죽으면 인간도 죽는다. _p.556

 

 

(출처: 알라딘)

 

 

마치며

 

 이 책은 600쪽이 훨씬 넘는 상당히 방대한 분량의 책이다. 최근 출판되는 책들이 대부분 300쪽을 전후로 하고 있음을 감안해 볼 때 2배가 넘는다. 그렇다면 그 책의 두께에 먼저 압도되어 책을 읽을 엄두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니 한장한장 넘기는 재미가 남다르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들을 모두 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 것처럼 자신있게 써내려갈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과 더불어 신기함 마저 느껴진다.

 

본문을 풀어가는 능력이나 책의 구성 또한 다독 다작의 흔적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철학과 익스트림 스포츠의 매력을 비교하며 설명하는 부분처럼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배려한 부분도 눈에 띈다. 각 장의 말미에는 <읽어볼 책들>을 삽입하여 앞에서 소개한 인문학 분야와 관련된 추천도서를 소개한다. 단순히 책의 내용만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아마도 저자가 직접 읽고 이해하고 깨달은 바를 함축하여 설명하고 있기에 그 가치가 한층 더 빛난다. 몇 줄 안되는 책 소개이지만 해당 도서를 읽고 싶은 이들에게는 아주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저자는 상당히 다독을 한 것으로 보이며 완벽주의적인 기질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4부에 들어가면서 그는 '이 책에서는 마르크스 경제학을 다루지는 않았다. … 내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완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한 부분이 나온다. 이 말은 이 책에 언급된 수많은 인문학 도서들을 저자가 직접 완독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리고종교문제를 다루면서 기독교 근본주의에 주로 초점을 맞춘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히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아마도 책이 출간된 후에 논란이 될만한 부분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인듯 하다.

 

일부이긴 하지만 문학으로서의 희곡의 가치와 매력을 소개하면서 소포클레스의 <안티코네>를 수록한 부분은 본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 적은 분량이었지만 저자의 주장대로 희곡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3부 3장에 언급된 '모차르트에 얽힌 오해와 편견들'과 같은 내용은 참 흥미로운 내용이었지만 이 책이 아니면 굳이 접하기는 쉽지 않을 이야기들이다.

 

책을 읽고 난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5성급 호텔 뷔페에서 럭셔리하게 차려진 산해진미를 맛 본 기분이다. 전문점에서 한 가지의 음식을 먹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이렇게 다양한 음식을 한 자리에서 맛 보는 것도 뷔페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인문학에 있어서만큼은 제대로 만찬을 즐긴 기분이다. 인문학의 주요 분야를 이렇게 한꺼번에 깊이 있게 다룬 책을 이제까지 본 적이 없다. 수십 년간 책을 읽고 글을 써온 저자이기에 가능했던 결과물이라 생각된다. 인문학의 열풍에 편승한 가벼운 책이 아니라 인문학의 기본기를 단단히 다질 수 있고 자신의 관심분야를 정확히 찾아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분량이 만만치 않지만 최대한 어린 나이에 읽을 수록 그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을만한 책이다.

  

(출처: 알라딘)

 

 

 


 

 

 

인문학 만찬을 즐기다 - 「인문학은 밥이다」(김경집)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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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alamis.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