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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가의 이면을 보다 - 「리 컬렉션」(이종선, 김영사)

calamis 2016. 3. 7. 21:43

삼성가의 이면을 보다

리 컬렉션(이종선, 김영사)

 

 

 

'리 컬렉션'

책 제목만 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감이 오질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영어를 한글로 써놓았으니 '리 컬렉션'이 무슨 말인지 잘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소개를 읽어 보고는 '리'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고 책 제목은 물론 전체 내용까지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삼성가의 미술품 소집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책 초두에는 '호암에서 리움까지, 삼성가의 수집과 국보 탄생기'라는 간단한 설명이 추가되어 있다.

 

 

이 책은 '함께 알면 좋은 이야기', '알고 싶은 이야기', '듣고 싶은 이야기', '남기고 싶은 이야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후반부에 부록으로 '도판목록 및 출처'가 추가되어 있다. 특히 '알고 싶은 이야기'에는 '4 리움 명품 살펴보기'를 통해 소장 중인 대표작품들을 컬러사진과 함께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리움미술관의 전경과 작품들을 비롯하여 삼성가의 이야기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저자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삼성가家와 수집', '박물관과 문화' 그리고 '그 속에 있었던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이 내용이 단순한 호기심 충족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비판거리가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누군가의 호기심을 채우거나 말하기 좋은 이야깃거리를 기록하려 함이 아니다. 1970년대 중반부터 약 20년간 내가 직접 몸담았던 호암미술관에서 리움미술관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삼성이 단초가 되었던 우리나라 문화 예술계 발전의 한 단면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 (p.32)

 

삼성가의 이야기를 다룬다면 그만한 명망과 지위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 저자는 서울대 출신의 독일 유학파인 고고학자이자 미술사학자, 수집학자, 박물관학자다. 삼성가에서 20년 간 몸담아 온 인물이지만 이 책은 삼성가의 뒷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오직 수집과, 그 역사가 만들어낸 맵시에 대한 이야기, 그것이 전부'라고 밝히고 있다. 물론 작품들을 수집하게 된 경위와 과정들이 등장하니 삼성가의 이야기를 자연스레 알게 되겠지만 그것이 주된 내용은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종종 들르기는 하지만 그 안에 이러한 의미와 가치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새로게 알게 되었다. 특히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부호인 삼성가의 국보급 문화재 수집과 소장에 관한 막후 이야기가 꽤나 흥미롭다. 20여년 간 바로 옆에서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아 온 담당자의 1인칭 관찰자적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다보니 마치 옆에서 듣는 듯 생생하다. 책에 의하면 현재 삼성에서는 총 150건이 넘는 국보급 문화재를 수집했다고 한다. 서울의 리움미술관과 용인의 호암미술관에 나눠서 전시되어 있거나 보관되어 있다. 개인이 수집한 규모로는 실로 엄청난 양이라고 한다.

 

국보급을 다루다보니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들도 여럿 등장한다. 돈만 밝히는 문화재 도굴꾼과는 달리 간장만 먹으면서 몇십 년 동안 반가상을 지키며 살아온 골동품상 김동현의 이야기는 많은 울림을 준다. 또한 돈이 많아서만 이러한 수집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삼성가를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덤으로 얻은 것이 있다면 다음에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면 아이들 앞에서 조금은 유식한 척 할 수 있을 것 같다.

 

 

 

삼성가의 이면을 보다 - 「리 컬렉션」(이종선,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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