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그 뒤에 가려진 현실
100세 시대, 그 뒤에 가려진 현실
「장수의 악몽 노후파산」(NHK 스페셜 제작팀, 김정환, 다산북스)
믿기지 않았다.
<응답하라 1988>을 보면서, '추억의 거리'와 같은 곳을 보면서 난 추억에 젖는데 아이들은 마냥 신기해한다.
마치 내가 조선시대 물품들을 보듯 아이들은 석유곤로, 연탄을 바라본다.
나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렇게 나이가 들어버렸다.
그렇게 또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날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또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제 뭘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이 될 시기다.
아이들은 커가고 정년은 다가오고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한다.
한 달에 200~300만원 정도는 있어야 어렵지 않게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연금이며 뭐며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다.
또 아프지 않고는 살 수 있을런지, 아이들은 별 탈 없이 자기 할 일 잘 하고 살아갈런지...
예전에는 60세만 넘으면 장수한다고 잔치까지 열었다는데 요즘에는 60이면 그냥 '아저씨' 소리만 나온다.
100세 시대라고 하니 50이 넘어 정년퇴직을 한다고 하면 거의 50년 가까이를 무슨 일을 하면서 보내야 하나 고민도 된다.
가지고 있는 집 한 채 팔아서 연명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그런데 이러한 고민은 나만의 생각, 우리나라만의 현실은 아닌가보다.
전 일본 열도를 뒤흔든 베스트셀러가 바로 노후에 관한 책 「노후파산」이기 때문이다.
'노후파산'이라... 그 단어만으로도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오싹하다.
그것도 세계 제1의 경제강국이라는 일본에서 나온 책이라니 더더욱 그렇다.
이 책은 일본의 NHK가 TV스페셜 프로그램으로 다룬 것 가운데 방송으로 내보내지 못한 또 다른 이야기들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지금까지 노후빈곤에 대해서만 다루었다면 그 문제를 넘어서 노인 파산 문제를 다루고 있다.
현재 일본에는 독거 고령자가 600여 만 명, 생계보호자가 70만 명이다.
200만 명은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빈곤 속에 허덕이고 있는 '노후 파산자'이다.
더 큰 문제는 나름 부족하지 않게 지낸다고 하는 중산층도 예외일 수 없다는 점에서 더더욱 충격이 크다.
일본과 우리의 사정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겠지만 많은 부분에서 유사한 점이 발견되었기에 노후 파산 문제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곧 우리 앞에도 닥칠 현실이라 볼 수 있다.
이 책은 제목만 봐서는 경제경영서의 느낌이 강하게 나지만 막상 읽어보면 마치 소설을 읽는 것 같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책으로 옮기다보니 그 현장감이 책에 녹아있는 듯 하다.
수필체의 제목과 대화체의 문장이 다수 삽입되어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내용은 일본의 노인 빈곤과 노후 파산의 현실을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인터뷰를 매개로 하여 노후 파산의 대상자들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전하다보니 현실감이 뛰어나다.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런 노후를 맞이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책의 핵심을 짚어주는 한 마디다.
그 누구도 자신이 그러한 현실에 직면하게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채 조금씩 그 빈곤의 늪으로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 그 어떤 국가보다도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사회보장제도는 부족하기 그지없는 대한민국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니 말 그대로 충격 그 자체다.
곧 얼마 안 있어 내게도 일어날 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오히려 다행일지 모른다.
그 심각성을 깨닫고 이제라도 준비하려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노인빈곤율 49.6%, OECD 국가 중 1위 대한민국.
2026년이면 노인인구가 21%에 달하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든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 이야기다.
100세 시대, 그 뒤에 가려진 현실
calam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