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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실수를 범하다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조지프 핼리넌) 리뷰 -

 

 


가끔은 제정신

저자
허태균 지음
출판사
쌤앤파커스 | 2012-02-1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왜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조차 착각할까?『가끔은 제정신』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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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바빴다. 대안학교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야하는 첫 날. 얼마간 자고 와야 하기에 이것저것 챙길 것이 많았다. 나름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어제 밤에 포스트잇을 이용해 가져갈 리스트를 작성해 놓고 체크했건만 도착해보니 결국 중요한 몇 가지를 놓고 왔다. 나름 완벽주의를 자랑하는 나이기에 이런 현실들이 더욱 스트레스가 된다. 언제쯤이나 실수하지 않고 완벽하게 준비물을 챙겨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위안이 되는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조지프 핼리넌, 김광수 역, 315쪽, 문학동네)

 

 

* 번역본답지 않은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책

 

참 많은 실수 가운데 살아가는 나이기에 제목만으로도 읽고싶은 책이었다. 장 구분없이 총 13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머리말과 맺음말조차도 본문인 것처럼 되어있어서 실제로는 15개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안에서 이 책은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 우리네 인간들의 면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다만 중간중간 제목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내가, 아니 우리 모두가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 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조지프 핼리넌(Joseph T.Hallinan).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고가 및 작가를 역임했으며 지역신문 <인디애나 폴리스 스타>의 기자로 근무하던 1991년, 추적보도 부문 퓰리처 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런만큼 생생한 이야기들이 저자의 주장을 탄탄하게 지지해준다. 심지어 지극히 미국적인 문화배경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대다수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내가 공감하기에 충분했다. 그만큼 글이 잘 다듬어졌고 번역 또한 자연스러운 편이다.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정말 평균 이상인데...

 

 

* 실수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나를 발견하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중에 하나가 바로 나다. 약속을 어기지 않고 해야 할 일을 놓치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과 PC를 자유롭게 활용할 줄 알고 주변에 널리 가르쳐 줄 실력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실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행인 것은 실수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고 나도 인간이기에 실수하는 것이 나쁠 것도 이상할 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 기억하는 것과 실수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다행스러운 사실들과 희망들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실수하는 것을 잘 한다고 말할 수 없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라고 하는 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가 왜 실수를 하는지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어야 그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들었고 읽었고 그 해결방법들을 만나게 되었다. 물론 당장 실수가 줄어들진 않았다. 그러나 실수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그래서 조금 더 여유로워질 수 있었고 그로인해 실수가 조금씩 줄어들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두 테이블이 정말 같은 크기라고? 못 믿겠어서 자로 재보았는데 정말 같은 크기다ㅠㅠ

 

 

* 착각인가, 실수인가

 

이 책을 읽다보니 얼마 전에 포스팅 한 책 「가끔은 제정신」(리뷰 보러가기 클릭)이 자꾸 생각났다. '가끔은 제정신'이라고 하면' 자주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의미일 수 있다. 그만큼 우리가 수없이 많은 착각과 실수 속에 살아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실수하지 않는다'는 착각이 더 큰 실수를 낳는다. '나는 제대로 보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런 실수도 하지 않는다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지극히 평범한 내가 아주 대단한 능력이 잠재되어 있는 탁월한 인간으로 둔갑한다.

 

이런 식으로 우습지도 않은 많은 실수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면서 실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운이 없었고 다른 사람의 방해 탓이라고 자신의 부족함을 떠넘긴다. 이렇듯 착각이 실수를 만든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와 「가끔은 제정신」 이 두 책은 다른 듯 서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렇게 지금의 내 모습을 자꾸 확인시켜주려는 듯,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내용은 다르지만 맥락을 같이 하는 두 책 

 

 

* 총평

 

책이 삶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그 세계를 마음껏 즐기게 해준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가 20년에 걸쳐 밝혀낸 방법이니 신뢰가 간다. 남의 이야기를 살짝 가져다 끼운 것이 아니라 발로 뛰며 직접 체험한 이야기라 그 느낌이 생생하다. 비록 머나 먼 남의 나라 이야기일지라도 와 닿는 느낌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하지만 심리학적인 접근이 필요한 주제를 저널리스트의 경험과 관점으로만 다루다보니 전문성과 과학적 근거가 다소 빈약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연구자료가 제시되기는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가끔은 제정신」이 상대적으로 더 끌리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닌가싶다. 반면에 그건 말 그대로 아쉬움일 뿐, '실수'라는 주제를 다루기에는 이 정도 깊이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과학적 실험과 근거, 연구자료들이 어쩌면 더 큰 착각에 빠지게 하고 실수를 맛보게 할 수도 있기때문이다.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내 진실에 두려움마저 느껴진다

 

 

* 놓치기 아쉬운 문장들

 

제대로 ‘보는 것’조차도 어려운 일이다. 얼마나 어려운지 인식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이다. 늘 무언가를 바라보며 생활해온 우리에게는 보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저 눈을 감았다 뜨면 세상이 보인다. 그러나 맹인으로 살아오다가 시력을 얻은 사람들에게는 보는 법을 배우는 일이 무척이나 어려운 숙제다. - p.37

 

멀티태스킹은 여전히 현대사회의 맹목적인 신화 중 하나이다. 그러나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우리의 주의가 짧은 시간에 여러 업무로 왔다 갔다 할 뿐이다. 컴퓨터도 다를 바 없다. 컴퓨터도 1초에 수천 번씩 여러 프로세스를 처리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멀티태스킹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짧은 시간에 워낙 빨리 오고 가기 때문에 동시에 처리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p.119

 

사건을 구성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눈으로 사건을 구성하기도 하지만 귀를 이용할 때도 적지 않다. 몇 년 전, 영국의 연구진이 식품점에서 음악과 와인 선택 사이의 관련성을 연구했다. 연구진은 와인 코너의 맨 위 진열대에 테이프플레이어를 설치하고, 아래 선반에는 가격대와 특징이 비슷한 프랑스산 와인과 독일산 와인을 네 개씩 진열했다. 그리고 프랑스와 독일 음악을 하루씩 번갈아서 틀었다. 그 결과 프랑스 음악을 튼 날은 프랑스 와인의 판매량이 독일 와인을 압도했다. 반면에 독일 음악을 튼 날은 판매량이 그 반대였다(식품점 와인 코너에서는 보통 프랑스 음악을 트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 -p.138

 

타인의 심리를 유도할 때, 앵커링(anchoring)이라고 불리는 연관 효과도 한몫을 한다.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 사람들은 누군가가 처음으로 제시한 수치를 - 설령 그 수치가 얼토당토않더라도 - 준거로 삼는 경향이 있다(앵커링 효과란 누군가가 먼저 제시한 수치를 준거(準據)로 삼는 현상을 말한다). -p.150

 

 앞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일이 있을 때는 이것부터 생각하자. ‘잘못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런 생각은 당신을 염세주의자나 패배자처럼 보이게 만들 수도 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교육받았다. 힘든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긍정적인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그 어려움에서 한시바삐 벗어날 수 있다고 배웠다. 그러나 긍정적인 생각에도 한계는 있다. 특히 경계할 것은, 긍정적인 사고에 치우치면 우리의 생각 이면에 존재하는 함정을 놓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p.303

 

내 실수들, 'delete'할 수 있을까

 

 

* 오타리스트

 

p.290 위에서 7째줄: 흐름상 '홈 디포' 뒤에 'Home Depot'를 삽입해야 할 듯

p.294 위에서 11째줄: '좋을때'를 '좋을 때'로

 

 

 

cala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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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alamis
  

어쩌면 모든 것이 착각일지도 모른다 -「가끔은 제정신」(허태균)

 

지난 주, 30년 지기 친구를 만나기 위해 사당역으로 갔다. 경기도에서 오는 친구와 잠실에서 가는 내가 중간에서 만나기 가장 적합한 장소이기에 항상 그 곳에서 만난다. 그래서 사당역의 한 대형서점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친구나 지인을 만날 때 약속장소로 서점만큼 좋은 곳은 없는 것 같다. 조금 일찍 가서 책도 보고 혹시나 친구가 늦어도 책을 보고 있으면 되니 기분이 상할 일도 없었다. 친구가 도착할 무렵 막 나가려는데 계산대 옆에 도배를 하다시피 전시되어 있는 책이 한 권 있었다.

 

「가끔은 제정신」(허태균, 2012, 288쪽, 쌤앤파커스)

 

표지가 다소 우울해 보여서 집을까 말까 고민했던 책인데 얼마나 자신이 있길래 출판사에서 이토록 엄청난 광고를 하는지 궁금해서 책을 집어 들었다. /우리는 늘 착각 속에 산다/는 부제가 붙어 있는 「가끔은 제정신」은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허태균 교수가 지은 책이다.

 

- '나는 절대 착각하지 않는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는 우리

이 책은 생활 속에서 항상 접하게 되는 여러가지 착각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착각 속에 살고 있는지, 그러면서 '나는 절대 착각하지 않는다'는 심각한 착각 속에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우리 아이들만큼은 상당히 똑똑하고 당연히 SKY대학에 갈 거라는 착각(물론 나중에 현실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산 복권은 당첨확률이 다른 사람보다 월등히 높다는 착각, 한국 축구는 4강에 갈만한 실력이 충분하다고 믿는 착각 등.

 

각 챕터의 맨 앞 부분에 삽입된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그림들이 이 책의 흐름을 대변해준다. 하나씩 따라가면 분명 맞는 그림인데 전체를 놓고 보면 말도 안되는 그림들. 일상 생활 속에서 한 마디 한 마디 듣다보면 분명 맞는 이야기들인데 전체적으로 객관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말도 안되는 착각들, 그 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이 불편한 진실.

 

저자가 책에서 말한 것처럼 나 역시 천동설과 지동설에 대해서 고민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진리라고 믿었던 천동설이지만 지금은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만 이야기. 지금은 과학의 발달로 인해 각종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지동설에 대해서 누구도 의심하고 있지 않지만 어차피 내가 직접 보지 않았다면 이 역시 먼 훗날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미국이 달에 착륙했다고 아무 의심없이 믿었지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인해 그것이 꾸며진 것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 과연 내가 믿고 있는 것들은 정말 진실인 것일까, 다시금 의심해본다.  

 

 

- 그림 하나 없어도 지루하지 않은 책

챕터 맨 앞 외에 본문에는 그림 하나 들어가 있지 않다. 간혹 예로 들은 설문지 몇 장만 들어 있을 뿐 빡빡하게 텍스트만 채워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다. 저자 특유의 유머감각과 현실적인 감각이 책 여기저기에 묻어난다. 저자 자신과 가족,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스스럼 없이 이야기 하는 모습(특히 단점을 이야기할 때)이 묘한 친근감을 갖게도 한다. 한 장의 글을 마칠 때마다 위트와 유머, 현실감각이 넘치는 멘트로 살짝 미소를 지을 수도 있다.

 

조금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장 중간중간에 들어 있는 '그래서..'라는 코너. 과감하게 노란색 바탕으로 처리해서 눈에는 잘 들어오지만 왠지 부담스럽다. 각 장의 제목에도 노란색의 밑줄이 그어져 있고 각주에도 노란색 배경이 들어가 있다. 다른 곳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독특한 편집이다. 그래서인지 눈에는 잘 들어온다. 편집자가 그걸 노렸다면 일단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전체 배경까지 노란색으로 처리한 건 좀...

 

- 우리가 수많은 착각 가운데 살고 있음을 일깨워 주는 책

저자는 책 전반을 통해 자신의 전공분야인 심리학을 이용한 착각의 원리와 그 실험사례를 말한다. 하지만 그러한 착각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우리 스스로 착각에 빠지지 않게 하거나, 이미 빠진 착각에서 스스로 빠져 나오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책 말미에 "하지만 단 한 가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남았따. 바로 남의 말을 들어보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가 원했던 것은 '혹시 내가 틀린 것 아냐? 착각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

내가 무조건 옳다 하는 '착각'이 문제를 불러 일으킨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그렇고 가까이는 부부간에, 부모자식간에도 그렇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열린 생각이 상대방을 조금 더 이해하게 하고 배려할 수 있게 한다. 수십년간 무의식 가운데 믿어 왔던 나의 모든 생각과 행동방식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충격을 딛고 일어날 때 우리는 한 단계 더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왠지 모르게 막혀 있는 듯한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 줄 것이다.

 

그렇지않아도 요즘 내 인생을 돌아보면서 조금은 혼란스럽고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 바로 이런 착각에서 온 거라고 생각하니 이해가 되고 답이 되는 것 같다. 무조건 다른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게 일어나는 모든 불편한 현실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릴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그 화살을 내게로 돌릴 때 오히려 삶의 문제들이 하나씩 쉽사리 풀려갈 것이다. 서점에서 이 책, 「가끔은 제정신」을 집어 든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cala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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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ala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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