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 my study/Book Review

즐거움과 버거움의 사이에서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함성호) 리뷰

 즐거움과 버거움의 사이에서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함성호) 리뷰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

저자
함성호 지음
출판사
보랏빛소 | 2013-06-0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삶을 위로하는 지적 유희를 마주하다!삶의 최소주의에 있는 행복을...
가격비교

 

인간이라면 누구나 최대한 많이 가지려는 욕구가 있다. 많은 돈을 가지고 싶어하고 큰 집에서 살고 싶어하며 끝없는 사랑을 받고 싶어한다. 그것이 나를 더 행복하게 하고 삶을 윤택하게 하며 잘 사는 모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서점에 나가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마음을 비우면 얻어지는 것들」, 「내려놓음」, 「물건 버리기 연습」 등 비우고 버리자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시간을 활용할 때에도 다르지 않다.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 잘 사는 것이고 성공한 사람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다이어리에 빽빽하게 들어차있는 스케줄과 연락처가 나의 성공을 말해주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분주함이 아닌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책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함성호). 다소 역설적인 제목의 이 책이 말하는 그 '즐거움'을 과연 우리도 누릴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함성호, 보랏빛소, 쪽, 2013)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

 

이 책은 저자가 쓴 최초의 카툰에세이라고 한다. 그래서 각각의 글에는 삽화가 들어가 있으며 글의 주제와 제목을 하나의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별한 제목이 없이 5부로 나눠져있다. 제목이 없으니 각 부마다 어떤 이유와 주제를 가진 글들이 한데 묶여 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제목은 물론 본문을 아무리 읽어봐도 그 연관성을 찾기가 쉬지 않다. 물론 굳이 그럴 필요도 없지만……

 

(출처: 인터파크 도서)

 

 

아쉬운 점들

 

-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각 부가 시작되는 페이지에는 제목이 없는 대신 본문 가운데 한 문장이 인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2부에는 '인간이 자연의 길을 막아설 때 자연은 인간에게 막대한 보복을 행한다.'고 적혀있다. 이 문장은 p.73에 있는 내용이다. 그래서 아마도 자연보존이나 환경오염, 무분별한 개발 등의 이야기가 들어있지 않을까 짐작게 한다. 기대한 대로 2부의 첫 타자로 나선 '진정한 하이테크는 언제나 로테크를 지향한다'에서 옥상과 콘크리트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기단없는 집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이면서 하이테크와 로테크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간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뒤이어 나오는 '건망증'에서는 한 음식점의 안주인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건망증에 대해 말한다. 그 뒤에 나오는 '내가 가장 많이 먹었을 때'.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자신의 식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무리 읽어봐도 '인간이 자연의 길을 막아설 때 자연은 인간에게 막대한 보복'을 행하는 것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2부가 시작되는 페이지에 어떤 문장이 인용되었다면 2부 전체의 흐름이 그러한 주제로 간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물론 꼭 연관이 있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각각의 부가 나누어진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에 대한 해답을 그 인용된 문구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잘 이해가 안되는 문장들도 있다. p.87를 보면 '코드를 바뀌기 위해 끄는 날카롭고 긴 음'이라는 표현이 있다. 아마도 '코드를 바꾸기 위해'의 오타인 것 같다. 시인이기에 독특한 표현을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이 되지만 (오타가 아니라면) 문법을 파괴하는 것까지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책 전반적으로 제목과의 연관성을 찾기가 어려운 내용들이 많다.

 

- 안 좋은 상상 가득한 거친 표현들

'어떻게 그렇게 처먹을 수 있느냐'(p.82), '손가락은 현에 잘려버릴 것 같은 끔찍한 상상'(p.88), '남성의 성기를 잘라버릴 것 같은 입(p.161) 등 섬뜩한 장면들이 연상되는 표현들. 그런 표현의 자유는 저자에게 있기에 왈가왈부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들이 책 날개의 저자 소개에 나와 있는 것처럼 '바쁜 일상을 쉼 없이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더불어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계기를 선사'해 주는 표현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삽화의 대부분도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기타줄 대신 검이 자리잡고 있는 기타, 반 해골을 애무하고 있는 기이한 얼굴의 남성 등을 비롯해 엽기적이고 잔인한 그림들이 많다. 차마 글로 쓰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잘 그린 그림이라고 하기에는, 그렇다고 예술적인 표현이라고 하기에도 뭔가가 부족해보인다. 예술이나 그림에 정통한 내가 아니긴 하지만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렇게 책으로 펴낼 정도의 그림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물론 간혹 저자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것도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은 보기에 불편한 것들이 많다.

  

(출처: 인터파크 도서)

  

 

마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이라는 제목에서 자기계발서나 따뜻한 수필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늦은 밤, 조용한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 펼쳐 든 책은 저자의 일상의 이야기들과 엽기스런 그림들로 그다지 '즐거움'을 맛볼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그림들로 놀라게 할지 두려운 마음이 들어 책 넘기는 것이 조심스러울 지경이었다.

 

물론 시인으로서, 작가로서 다수의 책을 펴낸 저자의 필력은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이다. 그러나 그림에 관해서는 무어라 할 말이 없다. 물론 이런 직설적이고 엽기적인 표현들을 선호하는 독자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기에 이 책이 좋다 나쁘다를 평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를 비롯한 누군가의 취향에는 맞지 않을 뿐이다. 자기계발서와 같은 책을 선호하는 독자 중에는 소설과 같은 장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차라리 표지에서부터 저자의 삽화가 들어갔다면 조금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란 것일까. 아니다. 난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이라는 책 제목처럼, '행복은 삶의 최소주의에 있다'는 책 표지의 설명처럼 행복은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분주하게 사는 것만이 아니라 조금만 가져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다는, 그런 가슴 따뜻해지고 희망이 가득한 글을 보고싶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의 모든 내용이 안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수의 시집과 산문집을 펴낸 저자의 글솜씨는 해학과 재미가 잘 어우러져 있다. 이 사회를 바라보고 주변의 작은 것들도 놓치지 않는 섬세함도 느낄 수 있다. 다만 그런 과정에서 다소 지나친 표현과 삽화가 지극히 '개인적인 내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 보다는 '버거움'이 조금 더 컸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누군가 이 책을 구매하고 싶다면 먼저 서점에 가서 꼭 본문을 확인해보라고 조언을 해주고 싶다. 취향에 따라 어떤 독자는 내용이 너무나 재미있고 좋아서 그 자리에서 계산을 하고 나올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독자는 몇 페이지 보다가 그냥 조용히 덮어버리고 나올 수도 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선택은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든 독자의 몫이다.

 

(출처: 인터파크 도서)

 

 

 


 

 

 

 즐거움과 버거움의 사이에서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함성호) 리뷰

calamis

(http://calamis.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