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발레컬!
- <Once upon a time in 발레>를 보고 -
"발레공연을 한번 보면 눈이 달라져!"
얼마 전 한 선배가 발레공연을 보고나서 나에게 한 말이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 유명한 작품들을 보고나면 보는 시야가 달라진다는 말이었다. 사실 별 관심이 없었기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는데 한번쯤 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예스24 파워문화블로거에게만 기회가 주어진 퓨전 발레공연에 초대되었다.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보는 것도 즐거움이었으나 이번에는 춤추는 걸 유난히 좋아라 하는 우리 두 딸과 같이 보고 싶었다. 다행히 관람연령도 맞고 표도 구해져서 같이 보게되었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
이번 공연은 '발레컬'이라는 독특한 장르로 소개되었다. 공연을 전체적으로 이끌고 가는 와이즈발레단과 탭꾼 탭댄스컴퍼니, B-boy 크루 플라톤이 동참하여 중간중간 경쾌한 탭댄스와 화려한 비보잉이 펼쳐진다. 존트라볼타와 올리비아 뉴튼 존의 'Summer Nights', Ryo Yoshimata의 'The Whole Nine Yards' 등 공연 내내 흘러나오는 귀에 익숙한 OST는 멋진 춤과 잘 어우러져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PlayDB에서 제공하는 줄거리는 이렇다.
"서로간 앙숙인 춤의 대가의 두 가문
50년전..
춤 배틀 결승전에서 항상 만나는 앙숙의 두 가문!
오늘도 어김없이 두 가문은 결승에서 만난다.
결승은 3일동안 각각 세가지 작품으로 대결을 벌이는데
가문의 이름을 걸고 첫 출전하는 철수와 영희!
무대에 오른 둘은 가문의 관계를 잊고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는데.."
그런데 뮤지컬이 아닌 넌버벌 발레컬 작품이다보니 발레리나를 비롯한 전 출연진은 한 마디의 대사도 하지 않는다. MC로 나오는 사람도 미리 녹음된 음성을 들려주면서 그에 맞게 몸동작을 할 뿐이다. 그러다보니 스토리전달이 잘 안된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서로 앙숙지간인 아빠와 엄마, 그리고 남녀 주인공이 다른 커플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 댄스 배틀이라고는 하는데 한팀 한팀 나오지만 대결구도라기 보다는 다양한 장르의 춤을 보여주는 측면이 강해보였다.
하지만 스토리보다는 춤을 감상하고 즐기는 차원이 더 강했기에 그런 부분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에 직접 접해보지 못했던 여러 장르의 춤을 눈 앞에서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특히 발레가 가지고 있는 그 특유의 아름다운 동작들을 만끽할 수 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발레가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처음 접하는 나로서는 상당히 감동적이었고 발레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아쉬웠던 점
- 인터미션 15분은 어디로??
PlayDB에 공개된 정보에 의하면 관람시간은 80분으로 되어 있으며 인터미션은 15분이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공연은 인터미션이 없이 계속 이어졌고 그렇게 끝이 났다. 중간에 화장실에 가고 싶다던 아이에게 쉬는 시간이 있으니 기다리라고 했는데 그렇게 끝나버린 것이다. 정보가 잘못 된 건지 아니면 공연 구성이 바뀐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인터넷에서 제공되는 정보와 실제 공연이 달라서 당황한 건 사실이다.
- 아이돌은 아니지만…
또 한가지 눈에 띄였던 것은 잘 맞지 않는 군무였다. 워낙 요즘 칼군무에 능한 아이돌이나 걸그룹들이 화면을 장악해서인지 팔동작이나 움직임 하나하나가 맞지 않으면 금방 표시가 난다. 그런데 초반부터 그런 실수들이 보이더니 중간중간 여러 번 그러한 모습들이 반복된다. 비보잉을 하던 한 출연자는 춤을 대충 추는 듯한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러시아인인 듯한 한 남자외국인의 춤이 상당히 파워풀하고 멋져서 계속 눈길이 갔던 것 같다.
- 시간, 그리고 약속
보통 이런 공연은 정시에 시작하고 공연이 일단 시작되면 관객은 입장할 수 없다. 이번 공연도 안내원들이 그렇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런데 아무런 사전안내도 없이 공연이 10분씩이나 늦게 시작한 것도 부족해 중간중간 관객들이 계속 들어와 공연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었다. 랜턴을 들고 관객들을 안내하는 안내원들,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복도를 걸어내려가는 사람들. 이건 공연에 방해가 된 것도 그렇지만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
- 당황하셨어요?!
공연이 끝나고 피날레를 하는데 인사를 서너번은 반복한 것 같다. 주인공 커플은 물론이고 천사커플, MC 등이 인사하고 들어가면 또 나오고 들어가면 또 나오고를 반복했다. 계속 박수를 쳤지만 언제 끝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게이트를 나오자마자 주요 출연진들이 양쪽에 도열하여 관객들에게 인사를 했다. 사람들은 무슨 행사가 있는 줄 알고 입구에서 당황하면서 움직이지 못하다가 출연진들이 나오라고 안내하니 그때서야 삼삼오오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하나. 짙은 화장에 화려한 의상이 신기했는지 유치원생인 우리 아이가 한 출연자와 사진을 찍으려 했다. 그랬더니 그 출연자 하는 말, "포토타임이 따로 있으니 그때 찍어주세요." 그래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다른 출연진들은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래서 우리 아이가 그 출연자의 손을 잡고 다시 부탁했더니 손을 뿌리치면서 같은 말을 되풀이 하는 것이었다. 시무룩한 아이를 보며 마음이 좀 불편했다. 원칙은 중요하나 관객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마치며
공연시간 5시가 다 되었는데도 객석은 빈자리가 많이 보였다. 다행히(?) 10분 정도 지나니 객석이 어느 정도 찼다. 그런데 의외인 것은 어린이 관객이 꽤 많았다는 것이다. 몇 명씩 단체로 온 팀도 보이고 연령대도 초등학교 저학년과 유치원생까지 보였다. 우리 아이들도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라 공연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공연 내내 집중하고 중간에 발레도 따라하는 모습을 보니 잘 데려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단위로 보러와도 전 연령층에 골고루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그런 공연이다.
다른 발레공연을 보지 않았기에 비교하거나 섣부르게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발레공연에 탭댄스와 비보잉이 함께하며 재미와 비트를 더하여 발레라는 장르를 친숙하게 해준 점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공연 시작과 마지막 부분에 영상을 더하여 극의 완성도를 높이려 한 점 또한 돋보였다. 군데군데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발레, 탭댄스, 비보잉은 볼만했다. 한 마디로 자녀들과 함께 발레를 보다 쉽고 흥미롭게 접하게 해주고 온 가족이 즐기기에 적합한 공연이다.
공연이 끝나고 근처에 유명한 국수집이 있어서 저녁식사를 했다. '국수뜨락'. 왠지 '유기농', '친환경' 이런 단어들이 어울릴 것만 같은 곳이었다. 양도 상당히 많았고 맛은 아주 좋았고 가격은 참 착했다. 주방장(사장님인가??)님이 직접 나와서 숙주나물이랑 떡도 더 주시고 먹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집만 가까우면 단골삼고 싶은 곳이다. 이래저래 좋은 공연에 맛있는 식사에 오랜만에 주말에 가족나들이 제대로 했다.
뮤지컬? 발레컬! - <Once upon a time in 발레>를 보고
cala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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