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SIMPLE
일상과 비즈니스에 혁신을 가져오다
앨런 시겔 ․ 아이린 에츠콘 지음 | 박종근 옮김
애플, 구글, IDEO, 사우스웨스트항공…
세계적 창조 기업들이 활용하는 한 가지 원칙!
“열정적 단순함이 복잡함을 이긴다”
사회를 망가뜨리는 보이지 않는 범죄자, 복잡함
3도 화상과 1도 화상 중 어느 게 더 화상 정도가 심할까? 답은 3도 화상이다. 혹시 틀렸더라도 ‘나는 왜 이렇게 멍청할까’생각할 필요는 없다. OX 퀴즈처럼 충분히 헷갈릴 수 있는 문제다. 사실 우리는 이런 크고 작은 복잡함에 늘 시험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굳이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복잡함은 반드시 검거해야 할 범죄자다. 치밀한 범인은 흔적을 남기지 않듯 복잡함 또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게 야금야금 우리의 에너지와 시간, 인내심, 이해력, 자존심을 갉아먹고 있다. 이 범죄자를 좇기 위해 지난 30여 년 이상을 연구해온 두 저자는 『심플』(원제: Simple)을 통해 복잡함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과 비즈니스, 나아가 사회가 어떻게 망가지고 있는지를 낱낱이 파헤치고 그에 대한 단순하지만 강력한 처방전을 함께 내놓는다. 이 책의 두 저자는 브랜드 컨설팅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다. 특히 저자 앨런 시겔은 브랜드 컨설팅 기업인 시겔+게일의 설립자로서 국세청의 한 장짜리 세금신고서 양식을 개발하고 통계국 문서 양식을 단순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며 큰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복잡함 때문에 좌절하고 지체되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는다. 혹시 최근 다음과 같은 것들을 마주한 적은 없는가? ‘절대 읽지 마세요’라고 외치는 듯한 해석 불가능한 엄청난 분량의 보험 약정서나 휴대전화 요금 청구서, 일의 절차를 그 일보다 어렵게 만드는 복잡한 전자 결재 시스템, ARS 서비스의 미로 속을 헤매다 결국 전화를 끊어버리게 만드는 상담원 연결전화, 기능이 너무 많아서 사용을 포기하게 만드는 제품, 심지어 오락과 취미를 위한 부분까지 엄청나게 많은 선택의 가짓수가 무서울 만큼 빠른 속도로 삶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단적인 예로 애플 앱 스토어에 올라와 있는 앱은 80만 가지 이상이며 세계최대 규모의 뷰티제품 사이트인 세포라닷컴에는 마스카라 135종, 로션 437종, 향수 1992종이 있다.
복잡한 세상을 정복하기 위한 단순하고 기본적인 원칙
스티브 잡스의 간결한 프레젠테이션은 늘 열정적이며 초점이 분명해 사람을 설득시켰다. 카사노바는 단 한방의 멘트나 행동으로 여자의 마음을 얻었으며, 파블로 네루다의 시는 간결하면서 쉬운 단어를 쓴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설령 결과물을 내놓기까지의 과정은 복잡했다고 하더라도 남에게 보일 때는 핵심만을 쉽고 간단하게 내놓는다는 것이다.
복잡함은 겁쟁이들의 무기이다. 이러한 복잡함이 은폐 수단으로 이용되면 개인도 피해를 입지만 사회 전체도 연쇄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일반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에 숨어 있는 단서조항들은 개인의 파산을 유도해 결국 경제 전체를 무너뜨린다. 미국국세청의 한 감찰관에 따르면 미국의 세법은 지난 10년 동안 그 길이가 140만 단어에서 380만 단어로 거의 3배나 증가했는데 이로 인해 미국인은 세금신고서를 작성하는 데 매년 약 61억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300만 명이 풀타임으로 1년 동안 일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세상은 대체 왜 이렇게 복잡해진 것일까?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우선 복잡함은 돈벌이 수단이다. 일부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일부러 복잡하게 만든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은행, 카드사, 보험사, 그밖에 많은 기업이 읽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계약서를 제시해 돈을 벌고 있다. 또다른 이유는 기존의 시스템을 걷어내고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아무도 떠맡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과 정부도 그저 계속 수정하거나 새로운 내용을 덧붙이는 것이 상책이라고 여긴다. 심지어 실효성도 없고 출처도 알 수 없는 규정과 정책이 나타나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들기는 쉬워도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들기는 쉽지 않다. 이런 단순함을 이루기 위해서는 세 가지 기본원칙을 포함해야 하기 때문이다. 타인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충분히 공감하기, 필요 없는 것들을 추려내고 버리기, 이해하기 쉽고 명확해지도록 핵심에 집중하기가 바로 그것이다.
아이디오 직원들은 왜 일을 의뢰받고 병원 침대에 종일 누워 있었을까?
혁신적으로 단순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드문 이유는 뭘까? 바로 첫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인 ‘공감’을 빠트리기 때문이다. 기업은 단순함을 ‘과학적 기술’로 여기지만 사실 그 밑바탕에는 기술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마음의 에너지인 ‘공감이 있어야 한다. 사람과 연결된 모든 비즈니스는 결국 받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느낌을 전달해야 한다.
독창적 조사기법으로 유명한 세계적 디자인 기업 아이디오는 좋은 예다. 아이디오는 어떤 병원으로부터 의료 서비스를 단순명료하게 디자인해달라고 의뢰받았다. 이를 위해 아이디오 직원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병원에 가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렇게 한 이유는 단순했다. 환자들이 오랫동안 천장을 바라보며 지낸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환자의 기분이 좋아지도록 병실 천장을 산뜻하게 바꿨다.
또 하나의 사례로 클리블랜드 클리닉(두 저자가 1990년대 중반에 맡은 고객사임)을 들어보자. 이 클리닉에는 2가지 독특한 정책이 있다. 하나는 ‘10-4’규칙인데 환자가 10피트 이내로 다가오면 미소를 보내며 눈을 맞추고, 4피트 이내로 다가왔을 때 말을 건넨다. 그들은 환자들의 만족도는 오히려 이러한 사소한 부분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인상 깊은 정책은 ‘라벤더 프로그램 Code Lavender’이다. 이 병원은 ‘직원이 만족할 때 환자도 만족한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그래서 어떤 직원이 돌보던 환자가 사망해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경우 그 직원은 특별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치료를 신청한 직원에게 라벤더꽃 색깔인 연보라색 팔찌를 나눠준다. 동료들은 그 팔찌를 보고 해당 직원을 평소보다 더 신중하게 대한다. 또한 환자가 몰리는 기간이 아닌 경우 간호사에게 하루 8시간, 주 5일이 아니라 하루 13시간, 주 3일 근무제를 허용해 더 긴 여가시간을 보장해준다. 뿐만 아니라 이곳은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아니라 4성급 호텔에서 쓰는 방향제를 사용한다. 최고의 심장 전문의가 있다고 자랑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병원도 따뜻한 심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렇듯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과 이를 받는 개인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공감’이다.
단순한 구글의 첫 화면과 점점 복잡해지는 페이스북 홈페이지
많은 이들이 혁신과 단순함을 동시에 추구할 수 없다고 잘못 알고 있다. 혁신이란 이미 존재하는 것에 뭔가를 더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씩 무엇을 없애야 하는가가 개인이나 기업의 향방을 결정하기도 한다. 구글과 페이스북을 비교해서 살펴보자.
구글은 기존 홈페이지를 수정하거나 새로운 내용을 첨가할 때마다‘제로 베이스 접근법(zero-based approach)’이라는 방식을 채택한다. 홈페이지가 조금씩 복잡해지는 것을 지양하겠다는 것이다. 구글에서는 시각적 요소를 하나라도 늘리려면 타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서체의 스타일과 크기, 색상을 바꿀 때마다 점수를 할당하는데 점수가 낮을수록 좋다. 점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총점이 3점 이상이면 탈락이다. 홈페이지 디자인의 목표는 총점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다. 이와 달리 초기에 질서 잡힌 매우 단순한 기능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페이스북은 2011년 가을 사이트를 개편하며 여러 기능들을 추가하면서 호응을 잃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 페이스북 이용자의 75퍼센트가 새롭게 바뀐 페이스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답했다. 페이스북이 새롭게 도입한 실시간 정보제공 기능 ‘티커’가 화면의 오른편을 온갖 잡동사니로 채워버리고 친구의 게시물을 볼지 안 볼지도 일일이 결정해야 한다. 게다가 이용자의 생활상을 시간순으로 보여주는 ‘타임라인’은 페이스북에 푹 빠져 있는 이용자들조차‘너무 많은 정보’를 토해낸다고 평가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왜 완벽하고 훌륭했던 디자인을 엉망으로 만들었을까? 이는 자신이 개발한 신기능을 선보이고 싶은 엔지니어와 어떻게 하면 고객정보를 수집해 더 많은 광고주를 모을지 고민하는 마케터와 경영자의 영향력이 한몫했을 것이다.
‘사용자에게 집중하면 나머지는 저절로 해결된다’는 구글의 경영원리는 구글이 단순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과감히 없애다 보면 인간미 없는 화면이 탄생할 수 있다. 그러나 구글의 홈페이지는 전혀 그렇지 않다. 수백만 명이 단지 날마다 변하는 구글의 로고를 구경하려고 홈페이지를 찾는다. 구글은 군더더기로 보일 수 있는 수많은 요소들을 신경 쓰면서도 브랜드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유쾌한 요소를 잃지 않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게 여긴다.
왜 화살을 쏘고 과녘을 그리려고 하는가? 과녁의 중앙에 집중해 정확히 조준하라
슈퍼마켓 체인점인 트레이더조스는 고객들에게 이것저것 모든 제품을 제공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해 다른 슈퍼마켓보다 제품군을 줄였다(다른 수퍼마켓이 40,000종을 진열한다면 트레이더조스는 4,000종을 진열). 그렇다고 단조로운 구성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고객층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이 슈퍼에서 쇼핑하는 사람들에 맞게 세심하게 제품을 구성했다. 수입식품도 일정량 포함시키고 포장에도 개성을 살렸다. 사람들은 잼, 머스터드, 냉동식품 수십 종 가운데 뭘 고를까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 전략은 통했을까? 미국 내에 매장 350개를 갖추고 있는 트레이더조스는 1평방피트당 1,750달러어치의 상품을 판매했다. 이는 미국의 대표적 수퍼마켓인 홀푸즈마켓의 1평방피트당 매출의 두 배에 달한다.
세계적 투자회사인 에드워드존스는 고객에게 보고서를 보낼 때 요약형, 절충형, 고급형 중 하나를 고객이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데 흥미롭게도 90퍼센트는 절충형을 선택했고 나머지 두 종류를 선택한 비율은 각각 5퍼센트에 불과했다.
그런가 하면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다양한 기종을 보유하지 않고 오직 보잉737만으로 운항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일기종 방식을 채택했다. 또한 다른 항공사들이 중간에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는 허브앤스포크 huband-spoke 방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때,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과감히 직항노선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기내식은 간단한 음식으로 대체했다. 이렇게 비즈니스의 군살이 빠지자 효율성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고객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기본적인 서비스에 집중함으로써 단순해진 서비스를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로 바꿨다. 그들은 비용을 줄여 항공요금을 낮췄고 다른 항공사들이 고객에게 부담시켰던 찝찝한 부대비용을 없애버렸으며 수화물 운반비용도 받지 않았다. 게다가 지점 간 운항시스템 덕분에 다른 항공사에 비해 운항이 지연되는 일도 거의 없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기내식에 들어가는 돈을 아끼는 대신 서비스의 질을 크게 향상시켰다. 조종사와 승무원들은 승객들에게 친근한 말을 건네고 농담을 주고받는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지난 30년간 지속적으로 수익을 낸 몇 안되는 항공사란 점에서 그들의 노력이 전체적으로 어떤 결실을 맺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위의 사례들을 보면 고객에게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이 고객을 위하는 길이 아님을 알게 된다. 또한 어떤 산업이나 비즈니스 분야를 막론하고, 그 사업이 이미 복잡해질 대로 복잡해졌다면 단순함의 추구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뉴욕시는 어떻게 숫자 3개로 시행정을 단순화시켰나?
세계에서 가장 큰 행정기관 중 하나인 뉴욕시의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은 도시와 시민이 대단히 단순한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그 일의 중심에는 뉴욕시의 311 전화안내 시스템이 있었다. 변화는 공감에서 시작되었다. 뉴욕시는 시민이 어떤 불편을 겪고 있는지 조사했고 그들이 행정 서비스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블룸버그 시장은 전화번호가 수천 개나 적혀 있던 14쪽의 시청 전화번호부를 단 하나의 번호인 311로 대체했다. 그리고 콜센터 40곳을 모조리 통합해 단 2곳으로 만들었다. 콜센터에는 모든 직원이 볼 수 있는 장소에 전광판이 하나 있는데 그 전광판의 불빛들이 녹색, 노란색, 빨간색으로 변하며 통화대기 시간과 통화량을 알란다. 걸려온 전화를 얼마나 빠르게 처리하느냐로 종종 직원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업 콜센터와 달리 이곳은 정확한 정보와 해결책을 제공한 직원들을 높게 평가한다. 311 서비스가 훌륭한 이유는 도시행정 시스템의 복잡한 요소들을 시민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감춰놓았다는 데 있다. 기존의 시스템과 조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311 콜센터에 전화를 건 시민은 굳이 그것들과 씨름할 필요가 없다. 해결방법을 알아내는 것은 훈련받은 상담원의 역할이다.
단순해지면 가끔씩 예상치 못한 혜택도 얻는다. 311 서비스는 도시를 분석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로도 활용된다. 시민의 불만사항이 낱낱이 기록되고 지도에 표시됨으로써 행정가들은 정확한 눈으로 뉴욕 시민들의 진짜 요구가 무엇인지 깨닫는다. 도시의 어느 지역이 특별히 어떤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가령 어느 지역에서 소음에 대한 민원이 계속 접수된다면 그 지역의 소음을 줄이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꼭대기에서부터’시작된다. 만일 뉴욕 시장이 행정을 단순하게 만들려고 마음먹지 않았다면 뉴욕 시민은 여전히 민원전화로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성공적으로 단순해진 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고위급 임원들이 변화를 이끌었다. 간단히 말해서 윗사람이 단순함에 대한 확신을 갖고 밀어붙일 때 직원도 관료주의 뒤에 숨거나 전문용어를 남용하지 않는다. 반대로 윗사람이 단순한 것을 요구하지 않으면 직원들은 복잡함이라는 더 편한 길을 택할 것이다. 너무 많은 목표를 추진하거나 실속 없이 여기저기 기웃거릴 때 회사는 종종 복잡함의 먹잇감이 돼버린다.
복잡한 사회에 대항하고, 또 대항하라
간결해야만 기업과 정부를 비롯한 모든 단체에서 불필요한 선택을 걸러내고 소비자와 고객, 시민들에게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기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애매모호한 정보가 아니라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이 혜택을 얻도록 소비습관을 바꾸고, 기업이 고객을 포기하고 비용을 아끼면 오히려 더 손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줄 수도 있다. 또한 행정기관에 투명한 행정 서비스를 요구하고 입법기관과 규제기관에 사회를 복잡하게 만드는 이들에게 책임을 물으라고 청원서를 제출할 수도 있다.
미국은 2011년 은행들이 매달 5달러의 현금카드 수수료를 새롭게 도입하려고 했을 때 고객들이 저항했다. 이에 워싱턴에 살고 있는 한 여성이 그 수수료를 폐지하자는 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한 달 만에 3만 명이 그녀의 탄원서에 서명했다. 무시할 만한 숫자가 아니었다. 은행은 결국 수수료 정책을 발표한 지 두 달도 안 돼 그 정책을 철회했다. 같은 해 가을, 또 다른 여성도 ‘은행바꾸기 날’이라는 이벤트를 계획했다. 한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그녀는 대형은행에 따끔 한맛을 보여주자고 사람들에게 제안했다. 그 방법은 11월 첫째 주에 집단적으로 은행계좌를 취소하고 들어 있던 돈을 소규모 비영리 신용조합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거의 1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즉시 그녀의 제안에 찬성했고 사람들은 한 달 동안 대형은행에서 신용조합으로 계좌를 옮겼다. 이렇듯 소비자는 이제 기업이 난해하고 읽기도 힘든 계약서로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고 느낄 때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 여러 소셜미디어를 무기 삼아 그 자리에서 그들과 맞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복잡한 것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복잡함은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와 있기 마련이므로 최선의 방법은 그저 그것들을 사람들에게서 가져와 보이지 않게 숨긴 다음 커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것이다. 단순함을 도착해야 할 목적지가 아니라 어딘가로 향하는 여정 그 자체로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월든 호숫가에서 살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처럼 조용한 삶을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겠지만, 단순화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지향할 수는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단순함의 철학을 보여준다.
<추천사>
이 책에 담긴 메시지는 제목만큼 심플하지만 그 힘은 무엇보다 강력하다. 지나치게 복잡해진 우리의 일상과 사회를 정복하는 방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미래의 비즈니스에서는 ‘심플’이 새로운 화두가 될 것이다. 획기적 간결성이야말로 세상을 개선하고 놀라운 이윤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진실된 공감능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홍성태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저자,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매력적인 책이다. 많은 정보가 언제나 더 명확하고 필요 가치가 높은 것은 아니다. 책은 독자에게 단순함으로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뉴욕타임스」
우리가 월든 호숫가에서 살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처럼 단순한 삶을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겠지만, 간소화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지향할 수는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단순함의 철학을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저널」
<지은이>
앨런 시겔Alan Siegel
세계적 브랜드 컨설팅 기업인 시겔+게일 설립자. 브랜드 마케팅 및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그는 지난 30여 년 동안 글로벌 기업들이 포지셔닝 전략을 세우고 성공할 수 있도록 힘쓰며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 미국 국세청의 한 장짜리 세금신고서 양식을 개발하고 통계국의 문서 양식을 단순하게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며 큰 주목을 받았는데 그런 그에게 잡지 「피플」은 ‘쉬운 말 지킴이Mr. Plain English’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다. 현재 컨설턴트이자 칼럼니스트로 「월스트리트저널」에 여러 편의 글을 기고하며 기업과 문화단체에 단순함의 철학을 전파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아이린 에츠콘Irene Etzkorn
단순함을 추구하는 비즈니스 전략 분야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시겔+게일에서 근무하며 단순화 컨설팅 서비스를 인지도 높은 사업으로 키우는 데 큰 몫을 했다. 그녀의 고객으로는 제너럴일렉트릭, 미국 국세청, 증권거래위원회 등이 있으며 현재 다양한 기관에서 단순한 고객경험을 디자인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옮긴이
박종근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4년간 (주)한화 금속원료팀에서 근무하며 원자재 수출입과 국제 비철금속 시장분석 및 선물 트레이딩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 바른번역에 소속되어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차례>
들어가며_ 단순함이 이긴다
1부 사소하고 단순한 것에 열광하는 사람들
1장 복잡함이 불러온 위기
2장 단순함을 추구하는 혁신가들
2부 혁신적 단순함은 무엇이 다른가
3장 제대로 공감하라
4장 핵심만 뽑아내라
5장 한 가지에만 집중하라
3부 단순함을 어떻게 널리 퍼뜨릴 것인가
6장 단순함을 기업문화로 전파하기
7장 복잡한 세상에서 현명하게 살아남기
마치며 이제는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
감사의 말
부록 단순함을 추구하는 데 유용한 곳들
<본문 중에서>
스티브 잡스는 21세기에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단순함을 추구했다. 다른 회사들이 쓸데없는 기능을 추가하며 복잡한 제품을 만들고 있을 때, 애플은 세 개의 버튼을 단 하나로 줄였고 복잡한 용어 대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아이콘을 도입했다. 그들은 날렵하고 단순한 제품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에 남들보다 한발 먼저 다가설 수 있었다.
애플의 전 최고경영자였던 존 스컬리는 잡스를 “최대한 단순해질 때까지 쓸데없는 요소를 계속해서 제거하는” 미니멀리스트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스컬리는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제 말은 간소해진 것이 아니라 단순해졌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단순한 것과 간소한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차이란 본질과 진정한 의미를 간파하는 능력에 있다. 단순하게 만들려면 오직 본질에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 요소들을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 _21쪽
유명한 배우이자 과학광이기도 한 앨런 알다는 과학 분야에서 과학적 지식을 설명할 때 불가사의한 주제를 똑같이 불가사의한 내용으로 대체할 것이 아니라 정말로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어릴 때 선생님에게 “불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보자 “산화작용이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아무것도 분명하게 알려주지 않는 그저 용어만 바꿔서 설명하는 풍조가 학계에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재치 있게 설명했다. 전문가라면 당연히 상대방을 고려해 자신의 메시지와 어휘 그리고 내용을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_35~36쪽
흥미로운 점은 단순해지려는 열망이 연령층에 상관없이 고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나이가 많은 소비자일수록 복잡한 것을 싫어하리라 예상한다. 그것은 사실이다. 노년층으로 접어들고 있는 베이비부머세대를 위해 상품과 서비스를 단순하게 만드는 것은 엄청나게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어린 소비자층도 똑같이 단순한 제품과 서비스를 원한다고 얘기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다. 리서치 전문기업인 아웃로컨설팅의 애널리스트 홀리브리클리는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21~27세 젊은 소비자층이 “단순하고 정제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포장이 간단하며 쓸데없는 요소를 줄인” 브랜드에 매우 긍정적으로 반응한다고 말했다. _52쪽
고객은 예측할 수 없고 감정에 휘둘리는 존재다. 때로는 제품이 부수적인 문제로 변하고, 문의사항에 답변하는 영업사원의 태도나 회사가 보낸 편지의 어투처럼 그저 사소하게만 보였던 요소가 고객과 회사의 관계를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중략) 경영잡지 「패스트 컴퍼니」는 브랜드가 솔직하고 친절하며 자신을 유머의 소재로 삼을 때 더욱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설명하며 “인간적인 브랜드가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 아이디오의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 엘르 루나 역시 “지금의 브랜드는 인간적인 특성을 점점 더 많이 갖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_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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