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영화처럼 읽는 책
이 책은 1990년대 중반에 저자가 뉴욕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떠오른 영감을 바탕으로 만든 첫 번째 소설이다. 그녀는 이 책을 출판하기 위해 여러 출판사를 찾아다녔지만 모두 거절당하자 결국 2005년도에 자비로 출판하기에 이른다. 첫번째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만큼 독자들을 사로잡는 흡인력이 뛰어나다. 그녀는 이 책을 위해 몇 년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글을 썼다.
하지만 단순히 자신이 아는 지식만을 활용한 것이 아니라 소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컴퓨터 해킹에 대한 책을 직접 공부하기도 하고 뉴욕시 안내서를 활용하여 소설 속의 사건이 발생하는 지역을 면밀하게 구상하는 등의 철저한 조사와 준비를 해왔다. 그래서 결국 상대방을 먼저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결국 당하게 되는 월스트리트의 냉혹한 생존 원리를 아주 리얼하게 책에 담아내고 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가 아니었음을 감안하면 대단한 노력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저자인 넬레 노이하우스는 그렇게 첫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지만 별 반응이 없었다가 2010년에 출간한 '타우누스 시리즈' 가운데 네 번째 작품인 「백설공주에게 죽을을」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독일의 미스터리의 여왕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의 첫 작품인 이 책이 새롭게 조명을 받아 독일에서만 25만부 이상이 팔리면서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넬레 노이하우스
(출처 : 교보문고)
이 책은 외환위기로 전세계가 술렁이던 199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정재계에 만연한 부정부패의 고리, 내부자거래를 통한 부당이득, 유령회사의 실체, 마피아 조직, 테러, 살인, 사랑, 야망, 질투, 두려움, 그리고 가족을 잃은 상실감과 슬픔 등을 다양한 감정과 상황들을 등장인물들 속에 잘 녹여내고 있다. 부정 기업인 세르지오 비탈리, 그리고 그들과 결탁한 검찰, 경찰 세력에 맞서 싸우는 뉴옥 시장의 분투를 긴장감 있게 잘 그려냈다. 이 책의 독일어 원제는 <Unter Haien>으로 '상어 무리 속에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M&A 전문가인 알렉스 존트하임과 막강한 재력가인 세르지오 비탈리, 그리고 뉴욕시장인 닉 코스티디스의 파란만장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돈과 명예, 사랑과 배신, 범죄와 정의, 삶과 죽음 등의 주제들을 바탕으로 1권에서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여 상황을 설명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반면, 2권에서는 각 인물들이 지니고 있던 비밀들이 실타래 풀리듯 하나 둘씩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전개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독일 출신의 알렉스 존트하임은 성공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뉴욕 월스트리트에 발을 들인다. 그리고 열정을 다해 일한 덕분에 능력을 인정받고 승승장구하며 LMI에 스카우트되어 M&A 팀장으로 두각을 나타낸다. 뉴욕 상류층 사회를 접하게 된 알렉스는 부유하고 권력있는 사람들과 알고 지내는 자신이 자랑스럽고 비로소 성공했다는 것을 실감한다. 막강한 재력가인 세르지오 비탈리와 가까워지면서 뉴욕 최상류층의 삶을 만끽하지만 그 이면에 돈과 권력을 향한 무자비한 일들이 자행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알렉스는 서서히 회의를 품게 되고 빠져나오려하지만 점점 더 깊이 빠져들면서 생명의 위협마저 받게 된다. 결국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닉 코스티디스 뉴욕 시장과 손을 잡고 거대한 부정부패 조직에 맞서며 파란만장한 사건들을 겪게 되는데. . . .
(출처 : 더난비즈)
소설을 읽다 보면 문장이 길어지고 어려워서 읽기 힘든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문장이 비교적 짧게 끊어져 있다. 굳이 어려운 단어나 만연체를 사용하지 않고 간단 명료한 단어들과 문체를 구사하여 읽어내려가는데 지루하지 않다. 상황과 장면들은 마치 만화의 한 컷 한 컷을 보는 듯 선명하다. 대사들도 그와 같은 맥락에 있다. 1,2권을 합쳐 모두 800페이지에 이르는 장편소설이지만 읽는 것이 힘들지 않은 이유다.
낮에는 남편의 공장에서 일하면서 밤에는 피곤한 몸이지만 소설가의 꿈을 키우기 위해 글을 써내려간 평범한 주부라고 하기엔 월스트리트의 경제범죄와 투자은행 등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이 상당히 깊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한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책이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저자의 그런 에너지가 가득 담겨 있어 독자에게도 전달되는 듯 하다. 이 여름, 푹 빠져 버릴만한 괜찮은 소설이다.
(출처 : 인터파크)
한 편의 영화처럼 읽는 책 - 「상어의 도시1,2」 -
cala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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