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이은선 옮김, 다산책방)
얼마 전에 오베라는 남자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60이 다 된 '오베'라는 남자가 겪는 살아가는 이야기가 재미있게 펼쳐진 소설이다. 이 책의 저자는 프레드릭 배크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삶의 소소한 모습을 끄집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런 그가 이제 7살 소녀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이름하여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7살의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성숙하고 특이한 성격을 지닌 엘사, 오베 못지 않은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엘사의 할머니, 그리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개성 강한 캐릭터의 이웃들과 펼쳐지는 이야기다. 엘사와 친구처럼 지내주며 늘 편을 들어주던 할머니가 어느 날 세상을 떠나면서 엘사에게 남긴 숙제들. 바로 사람들에게 편지를 전달하는 일이다. 비록 작은 일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 일을 통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사연이 하나 둘 씩 밝혀지게 된다.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위로하는 일들이 일어난다.
이 책은 전작의 주인공 오베 못지 않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이야기 전체가 전개되고 있다. 처음에는 엘사와 할머니의 이야기로 시작하다가 같은 아파트에 사는 8가구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된다.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웃들이지만 그들의 사정을 이해하게 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따뜻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서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하다. 말다툼은 기본이고 층간소음 복수를 하는가 하면 폭행과 심지어 살인까지 발생하여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이웃간의 교류다. 바로 앞집에 사는 이웃과도 인사하지 않는 요즘 세태에서 참 어려운 일이지만 서로를 알고 나면 층간소음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배려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실례로 나 역시 오래 전에 친구와 위아래 살았던 적이 있는데 아무리 큰 소음이 나도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무슨 일이 있는지 더 관심을 가지곤 했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는 그런 차원에서 이웃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가족간의 이야기를 넘어서 이웃과의 소통, 더 나아가 이 세상과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과 그 이유를 제시하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을 읽고나니 소원했던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앞으로 적어도 같은 층에 있는 이웃들과는 웃으며 인사할 수 있는 마음을 먼저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작가 좋은 책은 바로 이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프레드릭 배크만, 이은선 옮김, 다산책방)
cala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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