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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y study/Book Review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김정태) 리뷰

 나의 스토리는 이미 시작되었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김정태) -

 

 

TOEIC 900점 이상, 공모전 당선, 해외어학연수, 봉사활동, 컴퓨터관련자격증...

내가 대학교를 졸업하던 1990년대와 지금의 대학생들과 취업에 필요한 무기들의 목록은 그리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생각해보면 난 대학교 4학년 때에도 그런 스펙에 별 관심이 없었다. 게으름인지 독특한 건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다만 취업을 할 때 영어점수는 필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토익공부만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동기들 중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고 금융회사에 취직한 건 어찌 보면 기적이었다. 물론 2년도 안 되어서 그만 두고 그 때부터 나만의 '스토리'는 시작되었지만...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김정태, 2010, 318쪽, 갤리온) 

 

이 책의 저자는 유엔 산하 기구 유엔거버넌스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정태 홍보팀장이다. 책의 내용도 유익하지만 유엔에서 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청년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그에 걸맞게 이 책은 반기문 총장과의 이야기, 세계를 돌아다니며 깨달았던 사실들, 유엔에 근무하면서 경험했던 다양한 업무에 대한 이야기들이 버라이어티 하게 펼쳐진다. 그 버라이어티는 결국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결론에 수렴된다.

  

 

- 스토리 vs 스펙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2010년에 초판이 인쇄되어 현재까지 15쇄를 찍어냈다. 2년이 넘도록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는 것은 스펙이 구직자들에게 필수불가결한 이슈로 떠오른지 오래지만 그러한 스펙보다는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저자의 주장이 일부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스펙과 스토리의 차이는 무엇인가?

 

먼저, 저자는 '스펙'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스펙이라는 단어는 영어의 'Specification'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는 해당 제품에 대한 여러 조건들을 상세하게 기술한 설계지시서 또는 제품설명서를 뜻한다. 따라서 '스펙이 강하다', '스펙이 좋다'라는 말은 다른 제품이 가지지 못한 추가기능이 있거나 뭔가 특별한 기능들이 있음을 뜻한다.' - 본문 중(p26)에서 -

 

이 말에 근거해 보자면 우리들도 좋은 스펙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추가적인 능력이나 특별한 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러한 추가적인 능력은 이미 기본적인 사항이 되어 버렸고 특별한 그 무언가는 일반적인 것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왠만한 스펙으로는 어디다 명함을 내밀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이 바로 '스토리'다. 나 자신만이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이야기. 하지만 그냥 이야기가 아니라 상대방으로 하여금 감동을 주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이야기. 그래서 꾸미거나 거짓이 아닌 범위 내에서 사실을 뛰어 넘는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요구된다고 저자는 이 책 전반을 통해서 한결같이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스펙을 쌓으려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말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데 더 집중하라고 충고한다.

 

 

- 최고가 아닌 유일함으로 승부하라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최고가 아니어도 된다는 것이다. 대신에 유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가 되기는 어렵지만 유일한 것은 2등이나 3등이 되어도 상대적으로 만들어내기가 쉽다. 비록 2012년 대한민국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일지라도, 그것이 마케팅의 법칙이라 할지라도 여기에 스토리가 개입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무스펙 대학생의 대기업 취업 스토리'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일간지에 소개된 바 있는 정해영 씨, 성균관대 학부생의 이메일 내용 등 중간중간 예로 든 스토리로 승리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러한 저자의 의도를 잘 받쳐주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이러한 실례들이 더 많이 소개되었으면 하는 점이다. 그런 부분을 이해하는 듯, 그 대신에 저자가 현업에서 겪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그러한 아쉬움을 달래주고 있다.

 

8개의 PART로 나누어 스펙에 집중하는 현실의 맹점을 신랄하게 파헤치는 동시에 스토리가 어떤 장점과 매력이 있는지를 조리있게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스토리의 핵심역량과 활용법에 이르기까지 강점을 지닌 스토리를 만들기 위한 노하우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다만 유엔의 8대 핵심 역량을 토대로 씌여진 PART4의 '스토리의 뼈대를 이루는 8가지 핵심 역량'은 저자가 초지일관 강조하고 있는 스토리의 줄기에서 다소 벗어나 동떨어진 낌을 준다.

 

 

- 나에게는 어떤 스토리가 있는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다니다가 군대를 가고 다시 복학을 해서 졸업 후 취직을 한다. 몇 년 후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은퇴를 하고... 이런 스토리가 가장 흔할 것이다. 이 가운데 학교가 한 두개 추가되거나 부족할 수도 있고 취직이 아닌 사업의 길을 가는 사람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지 각자의 인생에서 그 사람만의 스토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과 결말이 뻔한 스토리는 의미가 없다. 누구나 말할 수 있고 예측가능한 스토리는 진정한 의미의 스토리로서 가치는 없다. 해외여행의 횟수와 나라의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보고 깨달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2남1녀의 장남으로 태어나서 단란한 가정에서 자라났다'로 시작하는 자기소개서는 더이상 없어야 한다. 반드시 성공한 이야기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실패한 것이라도 오히려 그것을 나만의 것으로 재해석하여 더 감동을 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스토리의 강점이자 매력이다.

 

 

* 총평

이 책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책 제목이나 홍보문구를 통해 특별히 강조하고 있지는 않지만 책 전반에 걸쳐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들이 많다. 타겟 자체도 그렇다. 하지만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이야기들이다. 저자의 업무 특성상 글로벌한 주제들에 대해서 자주 다루고 있어서 폭넓은 시야를 갖게 해주지만 중간중간 다소 어려운 내용들도 많이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의 주 관심사인 스펙이 아닌 스토리를 주제로 이토록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까지 하다. 취업을 앞둔 사람이 아니더라도 청소년들과 청년들, 그리고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꿈꾸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꼭 필요한 책이다.

 

 

 

* 오타리스트

p78 아래에서 5째줄 - '불후의 명작은' → '불후의 명작을'

p243 위에서 3째줄 - '놓치는 곳은' → '놓치는 것은'

p267 아래에서 3~4째줄 - '국제 경영 컨설턴트이다' 보다는 문맥상 '국제 경영 컨설턴트인'이 더 자연스러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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