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리는 집
“지금 우리 집을 다시 생각한다”
■■■ 책 소개
우리는 지금 사람을 살리는 집에 살고 있는가?
집을 짓기 전에, 고치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들
집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마인드가 우선이다
사 는 아파트가 그 사람을 말해준다는 광고가 나올 정도로, 아파트 브랜드에 관심이 많았던 우리. 다른 어떤 것보다 학군 때문에 집에 대한 취향을 포기할 수밖에 없던 우리. 그랬던 우리는 최근 몇 년 사이, 자신만의 집짓기와 리모델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소 얼마를 들여야 하는지, 북유럽풍이라는 인테리어 트렌드를 구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실용적인 정보에만 열을 올릴 뿐, 정작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 ‘나를 살리는 집은 무엇일까?’
집에 대한 막연한 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시간
이 책은 집을 짓기 전에, 이사를 가기 전에, 인테리어를 바꾸기 전에, 집에 대한 기본적인 물음으로 돌아가길 권하는 책이다. ‘금산주택’으로 잘 알려진 노은주·임형남 부부 건축가는, 그 누구보다 사람·자연·집의 어울림과 소통에 관심이 많아, 그러한 건축과 글을 짓고자 노력해왔다. <KBS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에 멘토 건축가로 출연하고, <SBS스페셜 ‘학교의 눈물’>에서 ‘소나기학교’의 기획을 맡는 등, 대중과 소통하는 건축가로도 유명하다. 이들은 평소 주변인들이나 건축주들을 만나면서 드는 생각이 있었다. 바로 집을 대하는 기본적인 마인드를 되살리는 책이 필요하다는 것. 대부분의 사람이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은 있지만, 정작 자신의 생활과 가치관에 맞는 어떤 집을 원하는지 말하지 못한다. 평소 구체적으로 생각해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들, 생각의 전환들
1 부에서는 우선 우리 스스로 던져야 할 질문들을 담았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인지, 나는 나를 지키면서 살고 있는지, 집에 나의 이야기를 어떻게 담을 것인지부터 시작해,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집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어디서, 언제까지, 누구와 함께, 어떤 규모로 살 것인지 등 좀 더 구체적인 질문들을 통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맞는 집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2 부에서는 집의 요소별로 다시 살펴봐야 할 것들을 제시한다. 고독과 사색의 공간이나 놀이의 공간이 심리적으로 꼭 필요한 까닭은 무엇인지, 안방과 거실의 비중을 줄여도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부엌과 화장실에 무엇을 빼고 무엇을 더하는 게 좋은지, 다락, 발코니, 옥상정원 등이 가져오는 효과는 무엇인지 등, 간과했던 것들을 알려준다.
3 부에서는 우리가 집이나 건축에 대해 쉽게 오해하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생각의 전환을 권한다. 아파트가 진짜 나쁘다고 볼 수 있는지, 진정한 친환경 건축이란 무엇인지, 단열과 환기에 대해선 어떤 오해가 있는지, 학교와 사무공간엔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람을 살리는 집을 만드는 과정
마 지막으로 4부에서는 실제 저자들이 건축주들과 함께 사람을 살리는 집을 만든 이야기들을 담았다. 우선 마루나 대청에 소반을 놓고 책도 읽고 차도 마시며 자연을 바라보는, 그런 소박한 삶을 꿈꿔온 중년 부부가 지은 집, 마치 휴일에 캠핑을 가듯 즐길 수 있는 공간과 같이 일할 수 있는 부엌을 원한 젊은 부부의 놀이터 같은 집, 텃밭도 가꾸고 음악도 듣는 집 이야기에서 저마다의 삶이 살아 숨 쉬게 하는 집이란 무엇인지 보여준다.
또 한 여러 가지 경계가 존중되면서 넘나들기도 가능케 한 전주 1월의 집, 존경과 행복이라는 건축주들 인생의 주제를 그대로 집에 구현한 가평의 한 부부의 집 이야기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공간과 공간 사이에 건강한 거리두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준다. 이밖에도 층층나무 옆 삼대가 사는 집, 가족이 모이는 산조의 집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세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이 쉴 곳은 집이다
저 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집이란 내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살기 위해 존재하는 곳입니다. 그저 머무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힘들고 괴로운 일들을 잊고 편안하고 즐거운 상태가 될 때, 우리는 진정으로 ‘살아 있다’라고 느낍니다.” 우리는 그런 집에 살고 있는가? 세상에서 지칠 대로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나를 살리는 공간을 갖고 있는가? 집의 기본적인 가치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자꾸만 돌아가고 싶은 집에 살게 된다.
■■■ 저자 소개
노은주, 임형남
건 축은 땅이 꾸는 꿈이고, 사람들의 삶에서 길어 올리는 이야기다. 노은주, 임형남 부부는 땅과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둘 사이를 중재해 건축으로 빚어내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홍익대 건축과 동문으로, 1999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는데, ‘가온’이란 순우리말로 가운데·중심이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家穩)’이라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과 어우러진 집을 궁리하기 위해 이들은 틈만 나면 옛집을 찾아가고, 골목을 거닐고, 도시를 산책한다. 그 여정에서 집이 지어지고, 글과 그림이 모여 책으로 엮이곤 한다.
홍 익대, 중앙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SALUBIA Time capsule’, ‘외침과 속삭임’(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환원된 집’(이루 갤러리) 등의 전시회를 열었다. 2011년 ‘금산주택’으로 공간디자인대상을 수상했고, 2012년 한국건축가협회 아천상을 수상했다. 2012년 <KBS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에 멘토 건축가로 출연했으며, 그 외 <SBS스페셜 ‘학교의 눈물’> <MBC스페셜> <KBS 한밤의 문화산책> <명사들의 책읽기> 등에 출연했다. 저서로 《집주인과 건축가의 행복한 만남》 《서울풍경화첩》 《이야기로 집을 짓다》 《나무처럼 자라는 집》 《작은 집 큰 생각》 등이 있고, <세계일보 ‘키워드로 읽는 건축과 사회’>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 차례
프롤로그
1부. 나에게 묻는다
1-1 나는 지금 여기서 행복한가
1-2 나는 나를 지키며 살고 있는가
1-3 나의 이야기를 어떻게 담을 것인가
1-4 나는 어디서 살고 싶은가
1-5 나는 여기서 언제까지 살 것인가
1-6 집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
1-7 나의 집은 누구를 위한 집인가
1-8 나는 언제 집에 머무는가
1-9 내 몸에 맞는 크기의 집은
2부. 나를 살리는 집
2-1 고독과 사색의 공간
2-2 햇빛이 가득한 남쪽 창
2-3 크기를 다시 생각한 안방
2-4 시선에서 자유로운 거실
2-5 게으른 여자를 위한 부엌
2-6 바람이 향기로운 화장실
2-7 어른도 필요한 놀이의 공간
2-8 숨 쉴 틈의 다락과 마루
2-9 푸른 휴식의 발코니와 옥상정원
3부. 우리를 살리는 집
3-1 진정한 친환경건축이란
3-2 단열과 환기에 대한 오해
3-3 아파트는 필요악인가
3-4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3-5 집은 친구다
3-6 산책 예찬
3-7 유기 재배를 하듯이
3-8 학교의 눈물
3-9 또 하나의 집, 일하는 공간
4부. 살리는 집을 그리고 짓다
4-1 자연에 대한 예의
4-2 좋은 땅을 고르는 방법
4-3 한옥처럼 누마루를 둔 집
4-4 유쾌한 놀이터 같은 집
4-5 텃밭도 가꾸고, 음악도 듣는 집
4-6 시작과 끝의 경계에 선, 1월의 집
4-7 존경과 행복의 집
4-8 층층나무 옆, 삼대가 사는 집
4-9 가족이 모이는, 산조의 집
에필로그
■■■ 본문 속으로
우 리는 집에서 삽니다. 집이란 내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살기 위해 존재하는 곳입니다. 그저 머무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힘들고 괴로운 일들을 잊고 편안하고 즐거운 상태가 될 때, 우리는 진정으로 ‘살아 있다’라고 느낍니다.
그 런데 참으로 묘하게도 집의 그 본연의 가치는 어디론가 증발되고 엉뚱한 가치가 마치 주인인양 그 가운데 들어앉아 있습니다. 모두들 바라마지 않는 경제적 가치라든가 언제 찾아올지 알 수 없는 손님들, 각종 매체를 통해 유행이라 일컬어지는 스타일과 그림들, 그런 것들이 집의 중요한 인자로 들어앉아 있어 정작 주인들은 문밖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것이지요.
가 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집에 대한 바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들이 제시해주는 기준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가령 작은 다락방이나 정원을 갖고 싶다거나, 마음껏 볼륨을 높여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나만의 방을 갖고 싶다거나, 천장이 아주 높은 서재를 꾸미고 싶다거나 하는, 그런 집에 대한 꿈들은 내 마음을 살려주고, 가족과 이웃 간의 관계와 동네를 살려주고 심지어 자연까지 살려냅니다.
그 모든 일들은 바로 나부터, 나를 살리는 집에서 시작됩니다.
(프롤로그 _ 4쪽)
집 을 설계하면서 처음의 생각과 머릿속에 떠올렸던 그림이 하나하나 실현되는 과정에서 행복해했던 건축주들이, 막상 집 공사에 들어가자 주변의 참견과 간섭과 조언들로 인해 흔들리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내가 지어봤더니……” 혹은 “살아봤더니……” 하는 사공들로 인해 갑자기 선택했던 자재에 의심이 생기고 창의 크기가 늘었다 줄었다 하고 난방 방식이 바뀌기도 하면서, 점점 집은 산으로 올라갑니다. 끝나고 보면 나의 생각으로 지은 집도 아니고, 남의 생각으로 지은 집도 아닌 어정쩡한 집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남이 재단해준 옷에 자신의 몸을 맞추는 것과 같습니다.
‘나를 살리는 일’은 다른 사람의 취향과 판단에 좌우되지 않고 내 마음 속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부터 시작됩니다. 나를 믿고 나를 지키는 일이야말로 나를 위한 삶의 출발점입니다.
(1부 나에게 묻는다 _ 나는 나를 지키며 살고 있는가 _ 27쪽)
얼 마 전 그런 고독과 사색의 공간에 대한 설계를 의뢰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는 어릴 때 가로세로가 각각 2미터가 채 안 되는, 한 사람 겨우 들어가 누울 수 있는 작은 방에 있을 때 가장 편안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런 방을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실은 너른 마당이 있는 무척 큰 집에 사는 사람이었고, 물론 그 집에는 여러 개의 방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혼자 조용히 책을 읽을 만한 마음 편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저 는 일어나면 막 머리가 닿을 듯 천장이 낮고, 아무런 가구 없이 앉은뱅이책상 하나 겨우 놓을 정도의 좁은 면적의 방을 그렸습니다. 별다른 설계랄 것도 없이 마당을 사이에 두고 바로 옆에 있는 본채와 시선을 적당히 가리는 얇은 벽을 하나 세웠고, 그냥 아주 작은 방과 그에 딸린 마루를 하나 놓았을 뿐입니다. 방의 창을 열면 마음이 열리듯 환해지며 세상의 풍경이 들어오고, 창을 닫으면 세상과 단절된 완전한 고독의 순간이 되는 공간. 한 사람이 들어갈 작은 방을 하나 만드는 일이란, 별것 아닌 듯 시작했지만 새삼스러웠고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따 로 공들여 어떤 공간을 만들지 않더라도, 주변에 있는 나무 아래, 석양을 볼 수 있는 작은 발코니, 벽에 등을 기대고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 있는 작은 방…… 모두 우리 주변에서 너무 쉽게 구할 수 있는 고독과 사색의 공간들입니다.
(2부 나를 살리는 집 _ 고독과 사색의 공간 _ 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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