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인가 헐리웃영화인가
예고편을 보니 이 영화 정말 궁금해졌다. 긴장감을 일으키는 배경음악과 무표정하지만 왠지모를 슬픔 가득한 눈빛의 주인공이 막강 카리스마를 내뿜는 이 영화, <용의자>. 연말이다 뭐다 해서 결국 새해를 넘기고 말았지만 오늘 부랴부랴 영화관으로 달려가서 보고야 말았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긴 많다. 하지만 오늘이 아니면 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어렵사리 시간을 내었다.
일단 몰입도가 장난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영화는 한 치의 지루함도 허락하지 않았다. 중간중간 빵빵 터지는 조대위의 유머러스함도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무거워지기 쉬운 영화의 흐름을 잠시 쉬어갈 수 있게 해준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추격씬, 자동차씬, 총격씬, 격투씬 등은 어찌보면 잔인함이 필수적일 텐데 묘한 앵글과 연출로 잘 피해가고 있다. 그래서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을 수 있지 않았나싶다.
특히 자동차씬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명장면들이 속출한다. 후반부에서는 폭스바겐이 등장하여 처참하게 부서지기도 한다. 내가 걱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제작비 좀 들어갔겠다 싶다. 공유의 액션씬도 상당히 훌륭하다. 정말 한국영화인지 헐리웃영화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베를린> 같은 경우는 예고편에서 봤던 액션씬이 거의 전부였고 드라마와 다르지 않았는데 이 영화는 한국적 액션을 잘 그려냈다고 본다.
박희순은 목소리만으로도 매력이 가득한 배우인데 이번 역할은 그의 거친 눈빛과 목소리가 배역과 잘 조화를 이루며 최고의 영화를 만들어내는데 큰 공헌을 했다. 조성하의 광기어린 악역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싶다. 동창생에서도 비슷한 느낌의 배역을 맡았는데 이번에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표정연기와 웃음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배경음악도 상당히 좋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동안 영화 좀 본 사람들이라면 뻔한 결말과 조성하의 행보가 너무 눈에 보였다는 것이다. 사건을 맡은 정보기관의 수장이 결국 악당의 하수인 내지는 비리의 주인공으로 파멸에 이르는 헐리웃 액션영화의 한 전형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화이트 하우스 다움>만 해도 그 흐름이 어느 정도 비슷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박희순이 공유를 놓아주는 장면은 <베를린>에서 한석규가 하정우를 풀어주는 장면이 오버랩 된다.
하지만 그 모든 아쉬움들을 뒤로 하고서라도 화려한 액션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최근 <변호인>의 기세가 워낙 강하기는 하지만 <용의자>는 한국영화의 액션 장르를 한 단계 높여 놓은 영화가 아닌가 싶다. 이런 영화는 당연히 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즐기는 것이 최고다.
한국영화인가 헐리웃영화인가 - <용의자>를 보고 -
cala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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