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달달한 연극 하나
주말이다.
오랜만에 아이들을 시골에 보내고 아내와 단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뭘 할까 고민을 하다가 오랜만에 연극을 한 편 보기로 했다. 영화야 좀 뻔한 것 같고 딱히 땡기는 것도 없었다. 그래서 스케줄을 잡기를 점심에는 스시를 먹고 대학로에 나가 연극을 본 후 월남국수를 먹기로 했다.
식사는 그냥 가서 하면 되지만 연극은 뭘 볼까, 몇 시에 봐야 하나 골라야 했다. 이것저것 보다가 편하게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로맨스 코미디를 보기로 했다. 이름하여 <발칙한 동거 세번의 키스>. 워낙 많은 연극을 하다보니 어느 것을 보아야 할 지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가장 무난하게 고를 수 있는 대학로의 공연을 찾았고 그 가운데 부담없이 웃을 수 있는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이다.
35세 노처녀가 어느 날 술에 취해 집에 가다가 집 근처에 놓여 있는 남자사진이 들어 있는 액자를 집에 가져가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그린 달달한 연극이다. 남녀 주인공을 비롯하여 포차주인, 멀티역에 남녀 1명씩 모두 5명의 출연진이 등장한다. 주인공 2명 외에 나머지 3명은 여러 역할에 등장하는데 영화배우 김인권을 닮은 남자 배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대부분 오글거리는 대사와 과장된 몸짓으로 공연이 진행되는데 극의 전개상 크게 어색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공연장은 대학로 뮤디스홀. 전철역에서도 가까웠다. 여느 소극장처럼 좌석은 160석의 적당한 규모였고 3층에 있었다. 올라가는 계단이나 객석으로 진입하는 곳이 다소 좁아서 좀 조심스럽기는 했지만 공연장 안의 분위기는 아늑하니 괜찮았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대학생으로 보이는 5명의 여성들은 공연내내 잘생긴 주인공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격하게 반응하는 모습이었다.
100여분의 러닝타임이 끝난 후 단체사진촬영이 있었다. 특이하게 출연진들이 객석에 같이 앉아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 출연진들과 사진을 찍기도 한다. 관객들과 호흡하는 시간이 많은 편이고 나름 반전도 있다. 특히 엔딩부분은 이 모든 사건의 전말을 속시원하게 해결해준다. 그 마지막 반전을 몸소 느끼는 것이 이 연극의 묘미가 아닐가 생각되어 스포는 생략했다. 연인끼리 달달한 연극 한 편 즐기고 싶다면 꽤 괜찮은 작품이다.
주말이라 그런가 아니면 원래 그런가, 정말 사람들 많았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가 가장 주차하기에 좋다고 해서 갔다가 끝도없이 줄을 서 있는 차량들을 보고 질려서 간신히 다른 곳에 세웠다. 식사하러 갈 때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차가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대학로에 나와본지가 언제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곳에 오면 항상 대학생인 듯 착각에 빠진다. 오랜만에 아내와 데이트 하는 설레임을 맛 볼 수 있었던 그런 하루였다.
간만에 달달한 연극 하나 - 연극 <발칙한 동거 세번의 키스> -
cala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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