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정답을 찾는 이들을 위한 책
퀴즈나 수수께끼를 풀다 보면 가끔 우리는 힌트가 필요할 때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답이 떠오르지 않을 때 힌트만 살짝 주면 우리는 쉽게 문제를 풀어낸 경험이 모두 있을 것이다. 우리 삶에도 그런 힌트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답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럴 땐 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라며 누군가 살짝 귀띔해 준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이 책은 각 파트별로 12장의 주제가 들어 있다. 우리 주변에서 늘 존재하는, 그래서 낯설지 않은 주제들이다. 기뻐하고 슬퍼하고 꿈꾸고 느끼고 만나고 사랑하고… 그런 60개의 삶의 주제들이 이 책에 가득하다. 각 장은 동사형으로 되어 있어서 독특한 느낌을 준다. 아마도 현존하는 대부분의 동사가 동원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다. 그러한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의 탁월한 문학적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출처: 교보문고)
:: 1…나의 인생을 사랑하기 위한 12장
'나의 인생을 사랑하기 위한' 12가지의 주제, '기뻐하다', '망설이다', '슬퍼하다', '사다', '떠들다', '장식하다', '알다', '점치다', '일하다', '노래하다', '웃다', '생각하다'를 이야기 한다.
:: 2…지금의 나를 믿기 위한 12장
'손해 보다', '격려하다', '느끼다', '맡기다', '흐트러지다', '꿈꾸다', '잊다', '가르치다', '인정하다', '속하다', '만나다', '사랑하다' 등 '지금의 나를 믿기 위한' 12가지에 대해 말한다.
:: 3…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12장
'즐기다', '가볍게', '맛보다', '다하다', '떨어지다', '먹다', '장단을 맞추다', '싸우다', '붓다', '용서하다', '고민하다', '행복', '부기- ‘대치’와 ‘동치’에 대해'를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준다.
:: 4…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12장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12가지, '만지다', '선택하다', '읽다', '울다', '되살아나다', '다르다', '따르다', '어둡다', '정', '혼내다', '촉촉하다', '보내다'를 말한다.
:: 5…새로운 나를 만들기 위한 12장
마지막으로 '낫다', '그리워하다', '뜨겁게', '지키다', '잠들다', '살다', '돌아오다', '찾다', '남다', '아프다', '젊게', '살다- 후기를 대신하여', '애장판을 보내며' 등을 통해 '새로운 나를 만들기 위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출처: 교보문고)
놓치기 아쉬운 문장들
내용결점이 거의 없는 여성을 상상하면, 이는 오히려 매력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_p.12 '기뻐하는 데 능숙한 것'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인 것 같습니다. _p.21 저는 깊이 슬퍼해야 비로소 진정한 기쁨과 만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둠의 밑바닥으로 내려가는 인간이야말로 밝은 희망과 만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_p.43 우리는 인간으로서 본래 아는 것을 기뻐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는 것의 위험함, 아는 것에 의해 잃는 것이 많다는 것도 인식해야 합니다. _p.85 생존해 있다는 것,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인간은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또한 그럼으로써 사람은 자기 자신을 긍정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있는 그대로 긍정해야 합니다. 그런 뒤에 여력이 있다면 세상을 위해, 남을 위해 일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그저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기를 인정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_p.132 '어떤 꿈이라도 좋다. 일단 꿈꾸는 행위를 소중히 여기고 싶다. 더욱 더 많은 꿈을 꾸고 싶다.' _p.186 우리는 먼저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것을 인정하는 데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한지는 실제로 인정할 기분이 들었을 때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이지만 말입니다. _p.210 우리는 조금만 방심하면 '이렇게 나는 정성을 다하고 있는데'라는 식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정성을 다하는 대상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스스로도 즐기면서 그것을 하는 게 이상적일 것입니다. _p.282 긴 인생에서 몇 번쯤은 어쨌든 산다는 건 귀찮은 일이구나, 라고 생각할 때도 있는 법입니다. 그럴 때는 "하지만 스스로 내던질 만큼 지독하진 않다"라는 고리키의 쓰디쓴 중얼거림을 떠올려보기 바랍니다. _p.335 '읽는다'는 행위는 참으로 불가사의하고, 감동적인 세계입니다. 거기에는 자기 발로 울퉁불퉁한 길이나 야산을 한 걸음 한 걸음씩 걸어가는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인류가 생각해낸 가장 멋진 문화 중 하나로 인정하고, '독서'를 중세 귀족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높이 떠받들어 그 외의 미디어를 가볍게 볼 생각 같은 건 요만큼도 없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세계에서 '읽는' 것의 즐거움을, 어깨 힘을 빼고 즐기고 싶습니다. _p.373 우리는 뒤를 돌아보고, 다양한 것을 '그리워하는' 행복을 부여받은 존재입니다. 그것을 좀 더 소중히 해야 하지 않을가, 라고 새삼 생각합니다. _p.463 젊게 보이는 것만이 인간의 매력은 아닙니다. 봄만이 계절은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문득 자신의 노화를 깨닫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적막한 감정을 느끼는 게 인간이라는 존재입니다. _p.539
(출처: 교보문고)
마치며
책 표지에 있는 '퍼렇게 멍든 마음을 쉬게 하는 시간'이라는 부제가 마음에 깊이 와닿는다. 아마도 내가 지금 그 '퍼렇게 멍든 마음'으로 살고 있고 그 마음을 '쉬게 하는 시간'이 필요해서일까. 편안하게 읽었다. 기분 좋게 읽었다. 미소 지으면서 읽었다. 이래야 성공한다 저래야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흥분하지도 않는다. 내가 이렇게 유명해졌으니 너희도 나처럼 해봐요 요렇게~ 라고 약올리듯 말하지도 않는다. 그냥 자신의 일상을 통해 '삶의 힌트'를 얻으라고 한다. 그래서 편안하다. 소파에 누워 가슴에 책을 올려놓고 과자를 집어 먹으며 읽어도 좋을만큼 말이다.
참 일본이라는 나라가 묘하다.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우면서도 지구상 그 어떤 나라보다도 멀어야만 하는 나라니 말이다. 하지만 지리적 역사적으로 볼 때 그들과 우리는 비슷한 부분이 많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느낌을 갖게 된다. 저자인 이츠키 히로유키가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보낸 탓인지 몰라도 유난히 한국적인 정서가 여기저기에서 뭍어난다.
더 나아가 개인적으로 나와도 비슷한 부분이 느껴진다. 택시를 탈 때의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 한 '손해 보다'(p.135)나 안약을 넣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싸우다'(p.306) 등이 그렇다. 물론 극히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알게모르게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런 편안함은 나만이 느끼는 것은 아닐 것 같다. 강의나 설교를 잘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순서가 끝나면 청중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어쩌면 그렇게 정확하게 내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 책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80년을 넘게 살아 온 문학계의 거장이 하는 말 한 마디가 어디 나 한 사람에게만 들어맞으랴.
특이하다. 머리말도 그 흔한 추천사 한 마디 없다. 목차가 나온 후에 당황스러울 정도로 바로 본문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차라리 그게 낫다. 머리말을 통해 이렇다 저렇다고 이야기 하면, 추천사를 통해 이게 좋고 저게 좋다고 말하면 내가 생각하고 읽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방향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따라가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럴 겨를도 없이 저자의 일상에 함께 하게 된다.
경어체를 사용해서인지 마치 나를 앞에 두고 80대의 노신사가 차근차근 인생에 대해 말해주는 것 같다. 언젠가 고 한경직 목사님을 사석에서 만나뵌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는 손자뻘인 내게 웃으면서 깎듯이 존대말을 사용하셨는데 그것이 오히려 그분에 대한 존경을 더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 책 역시 경어체를 사용하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느껴지는 내면의 강한 힘이 전해진다. 그렇지만 그 힘은 부드럽고 따뜻하다. 그래서 전 연령대가 읽어도 좋을 그런 책이다. 내 인생의 필독서가 또 한권 추가되었다.
(출처: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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