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멋에 흠뻑 젖다
<2014 얼른마당 남사당놀이>
설날이 되면 공중파방송에서 어김없이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마당극이나 영화 <왕의 남자>, 창, 민요 같은 전통문화공연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늘 봐왔다고 생각하면서 채널을 바꿔버리고 만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정말 그 공연들을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이 있는지 말이다. 텔레비전이 아닌 공연장에서 제대로 본적이 있었는가 말이다.
내 대답은 '아니다'. 그냥 안다고 생각했을 뿐, 제대로 알지도 못할 뿐더러 공연 한 번 관람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인사동에서 열린 <2014 얼른마당 남사당놀이> 상설공연을 보고 왔다. 아이들에게 전통문화에 대한 체험도 시켜주고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이 그 공연을 보고 싶어서이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 낙원상가 옆, 인사동 돌마당에서 개최된 이번 공연의 첫 시작을 함께했다.
남사당놀이는 중요 무형문화재 제3호(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로 지정돼있으며 우리나라 무형문화재 연희부문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인기 있는 종목으로 풍물놀이, 버나(대접돌리기), 살판(땅재주), 어름(줄타기), 덧뵈기(탈놀이), 덜미(꼭두각시놀음)의 6마당으로 구성된 종합예술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 6마당 외에 여성타악팀인 '도도'가 퓨전국악을 선보였다. 마지막을 장식한 '도도'의 무대는 '국악계의 걸그룹'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화려한 무대를 꾸며주었다.
바로 눈앞에서 펼쳐진 이번 공연은 처음엔 좀 뻔하다 싶었지만 풍물놀이의 공연을 시작으로 점차 흥이 나기 시작했다. 젊은 국악인들이 열정적으로 무대에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줄타기를 바로 앞에서 보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공연장이 말 그대로 '돌마당'이어서 아래에 여러 돌 조형물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30년 장인답게 멋지게 무대를 마무리 했다. 유머와 재미가 넘치는 줄타기 공연이었다.
오늘이 공연 첫 날이고 무대도 다소 작아서 운영상의 지연이 좀 있었지만 공연내용은 만족스러웠다. 더운 날씨여서 처음에는 자리가 한산한 듯 했으나 공연 중반이 넘어가면서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점차 차기 시작했고 열기는 더해갔다. 넓은 공연장보다 오히려 이런 아담한 곳이 출연팀들과 호흡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듯 하다. 중간중간 남사당놀이 창시자의 후손이라는 분이 각각의 마당을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지식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겹고 신명나는 놀이마당 한 판이었다. 이번 <2014 얼른마당 남사당놀이> 상설공연은 15일에 시작, 올해 하반기(매주 주말 오후1시, 4시 1일 2회) 공연될 예정이다. 인사동에 데이트를 가거나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공연이다. 인사동 입구, 낙원상가 바로 옆쪽에 공연장이 위치해 있어서 찾아가기에도 편리하다. 인사동의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공연이다.
우리의 멋에 흠뻑 젖다 - <2014 얼른마당 남사당놀이> -
cala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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