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르메트르 「이렌」
언제부터인가 한국영화들이 잔혹해지기 시작했다. 스토리 자체는 꽤 재미있는 내용이지만 연출에 있어서 꼭 그렇게까지 잔인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스릴러물은 잘 보지 않게 된다. 물론 그런 장면들을 좋아하는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또한 그런 류의 영화이름을 대면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지?' 하고 의문을 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심하다 싶을 때가 많다.
이 책 「이렌」은 바로 그런 류의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영상은 한 번 보고나면 지나가고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지만 책 속에 담겨 있는 텍스트는 내가 영상으로 변환하여 상상하기 때문에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 2013년에 출간된 「능숙한 솜씨」의 개정판으로 살인장면 등을 묘사하는 부분이 상당히 디테일하다. 추리소설의 특징이 늘 그렇듯,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해지는 동시에 사건을 해결해가는 카미유와 범인과의 두뇌싸움 또한 볼만하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전 세계 탐정소설 사상 최단신인 키 145cm의 형사반장 카미유 베르호벤이다. 그와 반대로 그의 수사팀엔 조각미남 형사 루이, 유도챔피언 출신의 바람둥이 말발, 구두쇠 형사 아르망, 능구렁이 르 구엔 서장 등이 함께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면도날 같은 예리한 지성과 천재화가인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뛰어난 예술적 감성을 타고났다. 그에 걸맞게 플롯이 상당히 정교하고 상상도 못할 허를 찌르는 반전이 압권이다.
이 책의 제목은 「이렌」은 주인공인 카미유의 아내 이름이다. 이 책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끌고 가는 주인공 카미유가 아닌 그의 아내가 책 제목으로 등장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탁월한 실력으로 범죄현장을 누비며 해결사 노릇을 하는 카미유이지만 정작 가장 가깝고도 사랑하는 임신 중인 아내 이렌의 외로움을 돌보지 못하는 그의 심적 괴로움. 그리고 이어지는 이렌의 납치사건. 과연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출처: 인터파크)
이 소설을 쓴 피에르 르메트르(Pierre Lemaitre)는 「천국에서 다시 만나」로 2013년 프랑스 최고의 문학상인 공쿠르 상을 수상했다. 그는 원래 대학에서 프랑스문학과 영문학을 가르치는 문학 교수였으나 55세의 뒤늦은 나이로 등단, 형사반장 카미유 베르호벤 3부작의 첫 권이자 첫 작품인 「이렌」으로 2006 코냑페스티벌 소설상을 수상했다. 이후 「웨딩드레스」, 「실업자」로 2009 미스터리 문학 애호가상, 몽티니 레 코르메이유 불어권 추리소설 문학상, 2010 유럽 추리소설 대상 등을 수상했다. 이처럼 그는 등단 후 연이어 발표한 세 작품이 모두 문학상을 수상하는 이례적인 이력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3년 영미권에 번역되어 출간된 『알렉스』로 세계 최고의 추리소설 문학상인 CWA 대거 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그의 소설들 중 「알렉스」,「웨딩드레스」와 「실업자」는 현재 영화로 제작중이다.
지금은 좀 달라졌지만 여름이면 공포영화나 드라마 등이 유행을 했다. 특히 <전설의 고향> 하면 여름에 '구미호' 등으로 대변되는 공포물의 대명사였다. '납량특집'이라는 의미도 모르지만 대충 '무서운 영화'라고 알고 있는 그런 것들을 봐야만 여름이 된 것만 같았다. 이제 어느 덧 여름의 끝자락을 보내고 있지만 오싹함(오싹하다못해 혐오스럽기까지 하지만)을 느끼게 해주는 스릴러 한편 읽는 것도 피서의 한 좋은 방법일 듯 싶다.
- 피에르 르메트르 「이렌」-
cala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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