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녀', '연인'이 되다
「연인 심청」(방민호,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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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심청」
왠지 제목에서부터 막장 드라마 느낌이 난다.
내가 알고 있는 <심청전>에서 나오는 남자와 여자는 심학규와 심청이 뿐인데.
그렇다면 혹시?!...
(출처: 인터파크)
우리에게 심청이는 그저 '효녀 심청'이었다. 마치 성이 '효녀'고 이름이 '심청'이 인 것 처럼.
그러나 심청이에게도 '효녀'가 아닌 '여자'로서의 모습이 존재했을 것이다.
다만 이야기 속에 언급되지 않았을 뿐,
'효녀'라는 이름에 가려져 있을 뿐.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 삼키며 살아온 그 어린 심청의 심정이 책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랑하는 남자의 청혼에도 답하지 못하고 아버지 때문에 고개를 저어야 했던 그 가슴 아픈 사연도 안타깝다.
이 소설의 저자는 서울대 국문과 교수다.
그는 교수일뿐만 아니라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으로 활동 중인데 장편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고전 「심청전」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심봉사와 심청이는 그대로 둔 채, 여기에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이야기를 추가하여 현대적으로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한 인터뷰를 보니 그가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한 마디로 말한 것이 있었다.
"심청만큼 아름다운 여인이 없다. 나는 이 여인을 만인의 연인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가 보지 못했던 이야기, 그러나 있을 법한 이야기를 이 소설에 풀어냈다.
그러나 무작정 상상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이 한 편의 소설을 쓰기 위해 지난 15년 동안 「심청전」경판본 24장 본을 다 읽었다.
다른 판본들도 살펴보고 채만식, 성현경 선생의 「심청전」도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허무맹랑하지만은 않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인물들, 내용들이다.
'효녀'에서 '연인'으로 변신한 심청, 그러나 이 제목을 잘 생각해보면 그 대상은 변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여기에 이 소설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막장드라마와 판타지를 사이에 두고 오가는 듯한 이야기들.
심청, 심봉사, 그리고 윤상, 이 세 사람의 엇갈린 운명들.
그런데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이 책을 문자메시지로 완성했다는 사실이다.
스마트폰 장문 메시지 기능을 이용해 2백회를 넘게 이 소설을 이어나간 끝에 초고를 완성했다고 한다.
특이한 컨셉트에 독특한 작업 방식이다.
기존의 고전 「심청전」과 현대적인 요소들이 가미된 현대판 「심청전」 사이를 교묘하게 오가는 소설 「연인 심청」.
독자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겠지만 책 표지의 카피처럼 '새로운 국민문학의 출현'이라 할 만한 소설이다.
(출처: 인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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