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뒤엎는 암의 진실
불치병, 항암치료, 3개월, 부작용, 통증...
'암'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개인적으로 가족들이 암으로 고통받은 경험이 많기에 더더욱 와 닿는다. 암에 걸리면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고통의 시간이 시작된다. 그로인한 경제적손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시간적,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그리고 암은 그런 존재로 우리 생활 속에 자리잡아왔다.
그런데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암에 대한 지식이 모두 거짓이거나 왜곡된 것이라면 과연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마치 지구는 사각형이라고 믿었던 시절에 지구가 둥글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을 때, 모두가 정신나갔다고 말한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암에 대한 지동설이라 할만큼 획기적이고 놀라운, 그래서 당황스럽기까지 한 책 한권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 책은 나카무라 진이치, 콘도 마코토 등 두 명의 일본인 의사가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나카무라 진이치는 교토대학 의학부를 졸업하고 재단법인 타카오병원 원장 및 이사장을 역임했다. 2012년 1월 「편안한 죽음을 맞으려면 의사를 멀리하라」를 출간하여 일본에서 50만부가 넘게 판매되며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콘도 마코토는 게이오대학 의학부 졸업 후 동 대학 의학부 방사석놔에서 의국 생활을 시작했고 방사선과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제1장 암, 그 오해와 진실을 밝히다', '제2장 환자를 죽이는 것은 의사다', '제3장 삶과 죽음' 등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체적으로 상당히 공격적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암 환자들은 암때문이 아니라 수술과 항암제로 인해 병세가 악화되어 고통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암을 미리 발견하기 위해 굳이 의사에게 갈 필요가 없으며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받지 말라는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제1장 암, 그 오해와 진실을 밝히다
암에 대한 오해와 그 진실을 밝히고 있다. '암에 걸려 죽고 싶다'는 표현을 할만큼 암이라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편안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는 꽤 괜찮은 병이라는 역설적인 주장을 펴고 있다. 그래서 암을 치료하기 위해 당연히 수술을 받아야 하고 항암제를 통해서만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라고 말한다. 또한 조기에 암을 발견하여 건강을 유지한다는 생각도 병원의 수입을 보장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 제2장 환자를 죽이는 것은 의사다
현대사회에서 암은 불치병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걸리면 바로 죽는 병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지만 사실은 그러한 이미지는 의사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불어 '웃으면 암에 걸리지 않는다'던가 '의학때문에 일본인의 수명이 늘어났다'는 속설 등은 모두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병원과 의사를 멀리한 사람들이 더 오래 잘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감언이설에 많은 환자들이 병원에서 시간과 돈과 건강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 제3장 삶과 죽음
임종에 대한 문화적 관습과 그로 인해 환자와 그 가족들이 겪게 되는 다양한 현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암에 걸렸을 때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둔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임종을 맞이하는 것이 가장 편안하고 안락하며 오히려 더 오래 살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위루술과 같이 증상에 따라 당연히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처럼 여겨졌던 것들도 사실은 별 효과나 의미가 없다고 반복해서 설명한다.
아쉬운 점들
- 누군가의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책
학자들에 의해 어떤 연구결과나 이론이 발표되면 그에 대한 찬성의견도 있지만 반대의견도 나오게 마련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견해가 틀렸다고 시인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이 책에 수록된 내용들은 저자의 주장이 인간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것이기에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 그래서 그의 주장대로 암환자가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편안한 여생을 맞이할 수 있다면 그것처럼 좋은 선택은 없을 지도 모른다.
사실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암으로 세상을 떠난 가족과 친지들을 떠올렸다. 그들 모두 수술과 항암치료라는 전형적인 암 치료과정을 거쳐 고통 속에 우리 곁을 떠났다.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거니와 그것이 그들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자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나니 후회도 남고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저자의 방법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데 책 내용 가운데 저자가 이전에 펼쳤던 주장에 큰 오점이 있었다고 시인하는 대목이 나온다. 간단히 요약하면 "유방암의 경우 항암제 치료를 권장한다"에서 "권장하지 않는다"로 수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것은 저의 큰 오점입니다."(p.61)라고 밝히고 있다. 자신의 오류를 솔직하게 고백한 용기에 박수를 보낼 수도 있겠지만 생각할 수록 왠지 찜찜한 느낌이 든다.
저자는 책 전체를 통해 조기검진도 필요없고 제거수술이나 항암치료도 받지 않는 것이 좋다고 자신있게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에 다음에 출간되는 책에서 "죄송합니다. 저의 큰 오점입니다. 수술과 항암치료가 최선입니다."라고 말한다면, 그래서 누군가가 이 책을 보고 치료를 받지 않아서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향후에 이런 실수가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지나친 비약일 수 있다. 작은 하나의 실수를 확대해서 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인간의 생명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 가운데에는 암에 걸릴 경우 저자의 주장대로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받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치료를 받으면 더 잘 살 수 있었는데 저자의 말을 따르다가 일찍 숨을 거두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러한 부분에 대해 나중에 저자가 또 다시 "저의 큰 실수였습니다."라고 고백한다면?
- 편집의 아쉬움
맨 뒷부분의 '대담을 마치고'를 제외하면 본문 전체가 대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장 첫 페이지(p.15)에서 '나카무라'와 '콘도'라는 이름과 함께 검정색과 파란색의 캐릭터가 표시되어 있고 그 이후부터는 이름이 빠지고 캐릭터만 보인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누가 나카무라고 누가 콘도인지 헷갈린다. 안그래도 일본이름이라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데 달랑 캐릭터로만 표시를 해놓으니 누가누군지 잘 모르겠다.
게다가 다소 무겁고 중요한 내용을 다루는데 반해 캐릭터는 좀 가벼워 보인다. 자세히 보면 만화주인공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냥 '나카무라', '콘도' 아니면 '나', '콘' 정도로 표시해주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리고 소제목이나 본문 가운데 따옴표의 자간이 너무 넓어서 산만한 느낌도 든다. 독자에 따라서 넓은 것이 시원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따옴표는 글자와 붙어 있는 것이 보기에 편하다.
오타리스트
매일경제신문사에서 출간된 책들은 비교적 오타가 많은 편이었다. 이 책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다음 책을 읽을 때에는 오타가 없기를 기대해본다.
p.30 아래에서 1째줄: 피나 → 피가
p.39 위에서 3째줄: 어떻하나 → 어떡하나 or 어떻게 하나
p.80 아래에서 3째줄: '사망'하다는 → '사망'했다는
p.81 위에서 1째줄: 마실 물이 → 문맥상 '마실 물도'가 적합
p.86 아래에서 2째줄: 번째 → '번째' 앞에 몇 번째인지 표기되지 않음. 탈자가 생긴 것으로 보임
p.114 아래에서 5째줄: 사실을 → 문맥상 '사실은'이 적합
p.144 위에서 9째줄: 좋을 일 → 좋은 일
p.172 위에서 4째줄: 빗어낸 → 빚어낸
p.172 아래에서 5째줄: 꺾긴 채 → 꺾인 채
p.178 위에서 2째줄: 안 나오던 '나까무라_'가 갑자기 나옴. 삭제해야 할 듯
마치며
일본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주위의 몇몇 의사들로부터 들을 바로는 우리나라도 사정은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병원과 의사, 제약회사, 그리고 환자. 이 끊지 못할 묘한 관계의 고리는 '건강'이 아닌 '돈'이라는 눈에 드러나지 않는 요인에 의해 유지되고 발전해왔다. 알고 있었던 부분도 있었지만 잘 모르고 있었던 속내들도 이 책을 통해 더 많이 알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암의 속성과 그 치료방법에 대한 오해도 많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아쉬운 점들'도 물론 있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책의 주장들에 대해 많은 부분 동의하게 되었다. 항간에 들리는 소리로는 의사들은 항암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고 한다. 항암치료를 통해 오래 살 수 있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그로 인해 얼마간 오래 사는 것 보다는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라고 한다. 엘리트에 속하는 그들이 왜 그러한 이야기들을 하게 되었는지 그 울타리 안에 있는 그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리라.
저자는 항암치료와 수술에 대해 무용론에 가까운 주장을 펴고 있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수많은 병원과 의사들이 주장하는 대부분의 의견과 정면으로 대치되고 있다. 저자가 일본인이라고,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모른 척 하기에는 우리나라의 상황과 너무나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 무턱대고 항암치료를 받는 것도, 무조건 피할 것도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따라 가장 적합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본다.
분명한 것은 그의 경력으로 보나 제시한 근거자료를 보나 저자의 주장 가운데 상당부분이 신뢰가 가고 참고할만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주장을 반드시 수용하고 그대로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주변에 있는 누군가가 암이라는 벽과 만나게 되었을 때, '수술'과 '항암제'라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 '방치'라는 다른 괜찮은 대안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결국 '모든 것은 독자의 몫'이다. 의사도 이 책도 독자의 생명을 책임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cala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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