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셜록 홈스를 만나다
어린 시절 가방 속에 자주 넣고 다니던 진홍빛 선명한 책 한 권. '국민학생'이 읽기에 적합한 크기에 얇은 두께는 언제라도 펼쳐들기에 좋았다. 한번 잡으면 놓기 힘들만큼 어린 시절 문학도를 꿈꾸던 나에게 매력적이었던 책, 바로 셜록 홈스가 나오는 추리소설이었다. 도저히 해결될 것 같지 않는 여러 난제들을 작은 단서로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해가는 그의 추리력은 감탄을 자아내곤 했다. 아직은 어리지만 나름대로 머리를 써가며 해결하고 싶었지만 모든 문제들은 결국 책의 마지막 장을 덮어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그런 '그의 탁월한 문제해결능력이 오늘날 내 앞에 산적해 있는 다양한 문제들, 예를 들어 진로, 대인관계, 돈, 성공 등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온 난제들을 해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런 의문과 소망이 현실로 이루어진 책, 바로
이 책은 셜록 홈스의 방법론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자신과 주변에 의식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사고하는 습관을 키우는 데 필요한 단계를 살펴본다. 총 8개의 Chapter로 구성되어 있으며 셜록 홈스의 장면들이 중간에 인용되어 읽는 재미를 더하였다.
(출처: 교보문고)
:: Chapter 1. 생각을 읽는 과학적 방법
홈스의 과학적 사고방식 | 있는 그대로 단정하지 마라 | 홈스처럼 생각하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
셜록 홈스가 책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은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사고 모델로 삼을 만한 과학적 방법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누군가를 만난 자리에서 한눈에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과 직업을 분간해내는 법을 배울 것이다. 이처럼 관찰하고 연습하고 명료한 추론을 이끌어낼 때마다 사고능력은 강화되며 이것이 바로 홈스가 스스로 터득하고 이제 우리에게 가르쳐주고자 하는 능력이다.
:: Chapter 2. 머릿속 다락방 탐구하기
기억이란 무엇일까? | 그녀에 대한 첫인상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 | 날씨 혹은 단어 목록이 생각에 끼치는 영향 | 자신의 생각을 의심하라
다락방의 기본 구조는 영원히 바뀌지 않을 수 있지만 연결 방식이나 기본 구성 요소들을 바꾸는 방법은 배울 수 있다. 말하자면 사고 습관을 바꿈에 따라 신경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다락방을 새로 지을 순 없지만 사소한 부분들은 며칠 만에, 심지어는 몇 시간 만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분명한 건 홈스의 다락방과 비슷한 다락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다락방에 대해 살펴본다.
:: Chapter 3. 놀라운 관찰의 힘
모든 것이 주의 집중에 달려 있다 | 뛰어난 관찰자가 되려면 선별적일 것 | 객관적일 것 | 포괄적일 것 | 몰두할 것
홈스는 왓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한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각각의 관찰은 서로 연결되고 맥락에 녹아들어, 하나의 총체적인 그림을 만들어낸다. 마치 홈스가 검게 그을린 피부, 상한 얼굴, 뻣뻣한 한쪽 팔 등을 통해 왓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한 사실을 알아낸 것처럼 말이다. 홈스의 놀라운 관찰의 힘을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이 책을 통해 전수해주고 있다.
:: Chapter 4. 왜 상상력이 중요할까?
상상력은 새로운 답을 준다 | 상상력을 위한 거리두기 관계없는 일을 통한 거리두기 | 실제 거리를 통한 거리두기 | 정신적 기술을 통한 거리두기 | 홈스의 호기심이 중요한 이유
리처드 파인만은 상상력을 이렇게 말한다. "과학에서의 상상력은 예술가의 상상력과는 다른 굉장히 흥미로운 것이다. 가장 어려운 점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을 상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반드시 명확해야 하고 모호한 진술이이선 안 된다. 그게 어려운 일이다." 상상력은 명백하지 않은 것들을 연결해주는 능력이다. 홈스는 대부분의 문제가 맞거나 틀리거나, 두 가지 답만 있는 게 아님을 안다. 틀린 해결법들이 있을 수 있는데 이를 확인하기 위해 상상력이 필요하다.
:: Chapter 5. 다르게 생각하면 답이 보인다
왜 제대로 추론하기 어려울까? | 생각하고 억제하고 편집하라| 사실일 것 같지 않더라도
홈스에게 추론은 결론에 이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인데 범죄를 해결하는 것이든, 개인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든 과정은 동일하다. 다락방에 저장하기로 한 관찰 내용과 이미 상상 속에서 재구성한 내용을 모두 가져와 정리한 뒤, 모든 내용을 통합하면서 질문을 해결해줄 답으로 어떤 것이 남았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Chapter 5를 통해 어떤 문제에 대해 홈스처럼 모슨 요소들을 조합하고, 수집한 모든 사실이 맞아떨어지는 유일한 답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 Chapter 6. 머릿속 다락방 관리하기
홈스의 방법은 습관, 습관, 습관이다| 위대한 명탐정의 실수 | 과신을 알려주는 네 가지 신호 | 배움을 멈추는 것은 뇌를 멈추는 것
홈스의 관점에서 교육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도전하며 자신의 습관에 이의를 제기하는 방법으로, 왓슨 시스템이 정신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과정이다. 그것은 끊임없이 습관적 행동을 막는 방법이며, 항상 의욕을 갖고 의식적으로 사고하는 자세를 버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잊지 않게 해주는 방법이다.
:: Chapter 7. 왓슨에서 홈스로, 생각의 재구성
홈스처럼 생각하는 법 자신과 주변 환경을 파악하라 | 깊이 생각하며 신중하게 관찰하라 | 불필요할 것 같은 공간까지 활용하여 상상하라 |관찰 그 자체에 주목하라 | 성공에서 배우듯 실패에서도 배워라 | 사고력 일기를 써야 할 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가? 내 방법 알잖나. 응용해보라니까." 왓슨은 홈스가 추리하는 과정을 아주 많이 관찰했으면서도 그 과정을 직접 응용할 상황에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 왜일까? 홈스처럼 사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Chapter 8. 생각의 한계 받아들이기
생각이 만든 틀 | 코난 도일을 비난할 수 있을까? | 사냥꾼의 사고방식처럼 명민한 주의력 | 환경의 적합성 | 적응성 | 한계 인정 | 조용히 갈고닦기 | 끊임없는 경계
어째서 코난 도일은 홈스식 사고방식으로 시험해보지 않은 것일까? 누가 봐도 똑똑한 코난 도일 같은 사람이 무엇 때문에 코팅리 사진이 조작되지 않았다는 전문가의 확신만으로 요정이 존재한다는 섣부른 결론을 내린 것일까? 코난 도일의 판단력이 부족했다고 서둘러 결론짓기 전에 먼저 생각해야 할 게 있다.
놓치기 아쉬운 문장들
"바보는 눈에 보이는 온갖 종류의 잡동사니를 닥치는 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정작 쓸모 있는 지식이 밀려나고 기껏 남게 되더라도 다른 지식들과 뒤죽박죽 섞여 손을 대기가 쉽지 않아. 하지만 솜씨 좋은 장인은 머릿속 다락방에 넣을 것을 아주 신중하게 고르지." _p.45
상상력은 반드시 현실과 확실한 지식을 토대로 해야 하며 특수성과 명확성에서 나와야 한다. _p.161
우리가 가진 지식과 맥락은 우리를 제한한다. 이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_p.336
(출처: 교보문고)
마치며
셜록 홈스의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해 매력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그의 비상한 머리와 해결능력에 대해 많은 부러움을 가지게된다. 그러나 실존 인물이 아니니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은 소설 속의 가상 인물을 현실 세계로 끄집어 내어 마치 실존인물인 양 요리 보고 조리 보며 탐구한다. 그리고 중간중간 셜록 홈스의 이야기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절묘하게 연결하여 "아하!" 하는 깨달음을 준다.
그 연결능력이 탁월하여 소설과 자기계발서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때로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헷갈릴 정도다. 그러나 그것이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심리학자로서 자칫 어렵게 풀어갈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추리소설의 대명사인 셜록 홈스라는 인물을 통해 쉽게 풀어내는 기막힌 전략을 구사한 것이 제대로 먹혀들어간 것이다. 한 두 부분 인용된 적은 있지만 이러한 방법을 주된 흐름으로 가져간 책은 이 책이 유일한 것 같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추리소설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생각의 폭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다소 많은 분량과 쉴새없이 이어지는 텍스트들이 책장을 넘기는데 어려움을 주지만 그래도 셜록 홈스의 잦은 등장으로 완급을 조절할 수 있다. 번역도 비교적 매끄러운 편이어서 읽다보면 마치 우리나라 사람이 저자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이래저래 흥미로운 책이다.
(출처: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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