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re, the better.
오래 전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덩달아 그 이후로 학생들은 이 드라마의 제목을 입에 달고 다니며 자신의 학업부진에 대한 아주 좋은 방패로 삼기도 했다. 정말 그렇다. 주변을 둘러보면 성적이 좋아 일류대를 가고 대기업에 취직한 사람들만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비록 학창시절 성적은 바닥에서 맴돌았어도 지금 그 누구보다 좋은 집에 살고 멋진 차를 몰고 다니며 떵떵 거리며 사는 이들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면 행복의 원천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행복하다는 것을 과연 점수로 매겨서 평가하고 비교할 수 있는 걸까? 히말라야의 소국인 부탄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다는데 그렇다고 그 나라로 이민 가서 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이러한 물음들에 대해서 독일의 경제학자 3명이 하나로 뭉쳐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바로
이 책은 비교적 짧은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행복은 과연 소득순인가, 이스털린의 주장은 오늘 날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행복의 조건은 무엇이며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그리고 행복지수를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 비교하는 마음과 행복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의 관점에서 이야기 하는 행복이라 그런지 감성적이라기보다 이성적이고 정확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출처: 인터파크 도서)
:: 01 행복은 소득순이 아니잖아요
'소득과 행복은 비례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반문하고 답한다. 행복을 수치로 계산하기 위해 GDP(국민총생산) HDI(인간개발지수), HPI(지구행복지수) 등 다양한 기준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러한 지표들이 과연 행복을 수치화하여 순위를 매길 수 있는 것인가? 이 모든 질문들에 대해 '행복학'은 얼마나 확실한 정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이렇듯 다양한 질문들을 제시하며 이 책은 시작된다.
:: 02 많은 것이 좋은 것이다
경제학에 있어서 희소성의 문제와 현시선호이론을 시작으로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의 신조인 "많은 것이 적은 것보다 좋다"는 말에 대해 해부하기 시작한다. 파이와 샌드위치를 예로 들면서 시장원리와 희소성 등에 대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또한 GDP를 통한 행복과 후생 평가방법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도 살펴본다. 여전히 많은 문제점들이 존재하지만 GDP를 기준으로 복지를 평가하는 방식을 수긍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 03 이스털린의 도전
사람들이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를 "0에서 10까지"의 숫자로 표시하도록 한 조사방법을 체계적으로 활용한 최초의 인물 리처드 이스털린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돈이 많을수록 더 행복하다는 경제학자들, 돈이 많아진다고 반드시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는 행복경제학자들의 대립이 볼만하다. 더불어 비교와 행복의 상관관계를 정리하고 '항상소득'이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 04 도대체, 행복
행복의 세 가지 얼굴, 즉 삶의 만족도에 대한 설문 조사를 통해 측정되는 인지적 행복, 인위적으로 조절하거나 조작할 수 없는 감정적 행복, 마지막으로 '올바른 욕구의 충족에서 비롯되는 행복이야말로 올바른 행복'이라는 의미의 '에우다이모니아식 행복'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어떤 종류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지, 그리고 소득과의 연관성은 무엇인지 설명한다.
:: 05 행복의 조건
행복은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것일까? 그에 대한 답으로 다섯 가지 성격 요인을 제시하는 한편 건강과 행복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더불어 가장 행복한 연령대는 언제인지 여러 실험 결과를 가지고 설명한다. 또한 결혼과 자녀, 이혼이나 사별 등 가족관계가 행복에 얼마만큼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여기에 관계, 주변 환경, 자유, 실직 등의 요소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 06 행복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국민총생산이 아닌 국민총행복(GNH, Gross National Happiness) 지수로 각종 정책방향을 결정한 부탄의 사례는 행복지수를 측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독일의 국민행복지수 측정 방식 개역을 위한 위원회와 프랑스의 스티글리츠 위원회의 견해는 무엇인지 조목조목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완벽한 지표는 없으며 그 이유는 정말 소중한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 07 행복지수를 신뢰할 수 있는가
행복지수를 평가하기 위해 자기 감정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어려움에 대해 지적한다. 그 단적인 예로 슈워츠의 '다임 효과'를 들면서 이런 순간적인 기분이나 감정, 그리고 날씨 등이 얼마나 행복하다는 느낌에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다. 이에 못지않게 삶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초점의 오류' 현상에 대해서도 다룬다. 계속해서 행복지수와 자살률의 상관관계, 결혼과 수명, '0~10'의 단계로 행복을 한계짓는 것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 08 행복경제학을 고발합니다
197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대두된 행복경제학에 대한 이야기다.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는 이스털린의 이론이 발표된 이후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디튼과 스티븐슨, 볼퍼스의 연구, 디튼이 대안으로 제안한 갤럽월드폴, '캔트릴의 사다리' 등을 소개한다. 이어서 소득과 감정적 행복의 상관관계, 절대액수와 소득의 증감율, 이스털린의 역설이 통하지 않는 나라라고 일컫는 일본 그리고 벨기에 등의 사례를 소개한다.
:: 09 상대적 위치와 행복
인간의 본능인 '비교'와 행복에 대해 다루고 있다. '눈과 어둠'의 비유를 들어 인간이 남과 비교하려는 이유를 설명하고 행복의 기준점이 달라지는 경우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이어서 경쟁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경쟁의 긍정적 효과를 되짚어보고 신분 상승을 위한 경쟁에 대해서도 다뤄본다. 피할 수 없는 본능인 경쟁은 독이 될 수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득이 될 수도 있다고 정리한다.
:: 10 행복은 천의 얼굴을 가졌다 필자들은 마지막 장에 이르도록 행복의 정체를 알아낼 능력이 없다는 말을 남기고 만다. 행복을 좌우하는 변인들 자체가 쉽게 찾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고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행복과 관련해 정답은 없는 듯하다'고 결론을 맺는다. 그리고 은근하면서도 끊임없이 주장해 온 것처럼 '돈이 많으면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결국 이스털린의 이론을 수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이 책은 끝을 맺는다.
(출처: 인터파크 도서)
아쉬운 점들
- 시소가 아니라 미끄럼틀이 좋다
사람들이 자기계발서를 읽는 이유는 책의 주제에 대해 명확한 답이나 원리, 해결책을 얻기 위해서다. 책을 읽고나서도 원하는 바를 얻지 못했다면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남는 것은 한숨뿐이다. 아쉽게도 이 책이 그렇다. 이 책의 표지에는 '당신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라는 제목이 달려 있고 그 옆에 '부자들은 답을 알고 있다'고 적혀 있다. 그리고 아래쪽에는 '"무엇이 행복의 원천인가?"에 대한 가장 솔직한 답'이라고 제시한 후 그 밑에 'The more, the better.'라는 문장이 놓여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그래서 결론이 뭐지?' 하는 거였다. 여러 학자들의 이론과 주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필자들은 이렇다 저렇다 하면서 계속 시소를 타고 있다. '이스털린의 이론이 맞는 부분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도 많다'는 이야기가 반복된다. 그리고 맨 마지막 장에 가서야 한다는 소리가 필자들은 '행복의 정체를 알아낼 능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황당했다. 당황했다. 결국 '돈을 많이 벌라'는 소리였다. 돈이 없어서 행복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사실, '부자들은 답을 알고 있다'는 문장에서 어느 정고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적어도 이 책을 선택한 독자들은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발견하고 '이제부터라도 행복해지고 싶다'는 희망 속에 그 해답을 찾으려 이 책을 끝끝내 덮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돈을 많이 가지는 것이 행복의 원천이라면 그에 대한 속시원한 해답이라도 알려주든지, 아니면 차라리 이스털린의 이론을 옹호해주면서 행복하지 못한 독자들을 위로하든지 했어야 했다.
에세이라면 그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수 있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러나 자기계발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조금은 두려울지라도 자신의 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이기고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싶어 읽는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나면 주먹 한 번 쥐어 보는 거다. 미끄럼틀을 내려오듯이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시소를 타다가 상대방이 "나 재미없어. 갈래" 하면서 그냥 일어나 가버린 것처럼, 허무하게 만든다. 아쉽다.
놓치기 아쉬운 문장들
진정 돈이 전부였던 시절은 역사를 통틀어 단 한 번도 없었다. _p.10
많은 것이 좋은 것이다 _p.21
욕망의 쳇바퀴 현상이란 쉽게 말해 더 많은 것을 바라지만 실제로 그것이 충족된 뒤에도 결코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시 더 많은 것을 바라는 현상을 의미한다. _p.58
"인생 그 어떤 요소도 지금 막 당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_p.159
"인간이 행복하든 말든 자연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_p.205
(출처: 인터파크 도서)
마치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행복하고 싶어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 이유를 제대로 찾아내서 어떻게든 행복해지려고 노력한다. 돈이 없어서라면 돈을 벌려고 노력한다. 심지어 범죄를 저지르면서까지 말이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찾아내서 그것을 해결하고 행복해지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왜 행복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지,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요인들이 무엇인지를 찾아준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그러면서도 시종일관 돈과 행복과의 상관관계를 언급하면서 결론적으로는 돈이 있어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앞서 지적했다시피 허무한 결론으로 끝을 맺지만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는 사실인 걸 어떻게 하겠는가.
'행복경제학'을 비롯한 행복에 대한 다양한 이론들,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들, 행복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원인 등 미처 깨닫지 못했던 내용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명확한 대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계속되는 주장 속에 허공에 떠 있던 생각들이 어슴프레 한 자리에 모인 느낌이다. 제목만 보고 읽었다가는 자칫 고개를 갸우뚱 할 수도 있지만 행복에 대해서 다양한 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출처: 인터파크 도서)
'in my study > Book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응답하라, 그리스도인들이여 - 「끝나지 않은 복음」(리처드 스턴스) 리뷰 - (0) | 2013.09.16 |
---|---|
가슴으로 배우는 경영학 - 「진심」(무네쓰구 토쿠지) 리뷰 - (0) | 2013.09.12 |
사랑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 눈뜨다 - 「철학적으로 널 사랑해」(올리비아 가잘레) 리뷰 - (0) | 2013.09.12 |
내가 만들어가는 인생 - 「인생을 만들다」(요시모토 바나나) 리뷰 - (0) | 2013.09.10 |
국어의 원리 (0) | 2013.09.07 |
나는 승자인가 - 「승자의 뇌」(이안 로버트슨) 리뷰 - (0) | 2013.08.30 |
고전 중의 고전을 만나다 - 「채근담」(홍자성) 리뷰 - (0) | 2013.08.28 |
인생의 정답을 찾는 이들을 위한 책 - 「삶의 힌트」(이츠키 히로유키) 리뷰 - (0) | 2013.08.27 |
성공에 날개를 달아주는 제목만들기 비법 - 「제목 만들기 12가지 법칙」(나카야마 마코토) 리뷰 - (0) | 2013.08.13 |
영재를 더 영재답게 - 「엄마의 말 한마디가 영재를 만든다」(헤일 브로너 외) 리뷰 - (0) | 2013.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