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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문학의 맛있는 이야기

- 「러시아문학의 맛있는 코드」(석영중) 리뷰 -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저자
석영중 지음
출판사
예담출판사 | 2013-03-18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
가격비교

제목을 보면 '아하!' 하면서 손뼉을 치게되는 기발한 제목을 가진 책들이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그런 느낌을 준다. 반면에 책의 제목과 내용이 전혀 매치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책의 제목만 봐도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책도 있다. 최근에 리뷰했던 「역사를 바꾼 100가지 실수」가 그렇다. 책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바로 알 수 있다.   

「러시아문학의 맛있는 코드」도 그랬다. 러시아문학 속에 맛있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할 것만 같았다. 사실 러시아문학이라고 하면 괜히 어렵고 낯선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도 어렵게 느껴지던 러시아문학도 음식과 연결되었을 때, 재미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푸슈킨에서 솔제니친까지 그들의 문학작품 속에 기가막히게 녹아들어있는 맛있는 음식이야기, 바로 러시아문학의 맛있는 코드」(석영중)이다.

 

 

 「러시아문학의 맛있는 코드」(석영중, 예담, 375쪽, 2013)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

  

 

:: 다양한 형태의 대립을 통한 흥미로운 음식 세계

이 책은 'I '남의 음식과 '나의 음식'', 'II 영혼의 양식과 육체의 양식', 'III 옛 음식과 새 음식' 등 3개의 큰 주제로 나누어 러시아문학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특히 푸슈킨에서 솔제니친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의 유명 작가들이 자신들의 문학작품들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언급한 음식과 먹는 행위에 대한 이야기가 다양하게 소개되었다. 생각하지 못했던 러시아 문학작품 속에 녹아든 다양한 요리와 음식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책이다.

 

'I '남의 음식과 '나의 음식''에서는 표트르 대제의 서구화 과정 속에서 나타난 음식과 요리에서의 '남의 것'과 '나의 것'의 대립을 다루고 있다. 러시아 동방정교와 그리스도교의 음식문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절묘한 조화와 의미는 'II 영혼의 양식과 육체의 양식'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1917년 혁명이 파생시킨 옛 것과 새 것의 대립 모티프는 'III 옛 음식과 새 음식'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 러시아문학 전문가의 깊고 넓은 통찰력

저자는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관련 도서 집필은 물론 수많은 책도 번역했다. 다양한 수상경력은 물론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러시아문학 전문가다. 그러다보니 책 내용이 상당히 깊고 넓다.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한 가지를 이야기 하면서 다양한 관련 정보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그에 걸맞게 책 중간중간 인용된 다양한 형태의 문학작품들, 16페이지 분량의 방대한 주석들, 그리고 흥미롭게 펼쳐지는 러시아문학과 음식문화, 요리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 어떠한 어색함도 없이 잘 어우러져 이 분야에 다소 거리가 있는 독자들마저도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들기에 충분할 것 같다. 특히 이 책은 2009년 한국연구재단의 저술출판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저자의 실력과 주변의 지원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 뷔페식으로 한 자리에서 즐기는 러시아문학

학창시절 시험과 의무감으로 인해 국내문학과 해외문학 작품들을 읽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은 거의 없다. 이제 다시 이 책을 통해 그 작품들의 일면을 만나게 되었다. 중요한 건 시간의 흐름과 인생의 연륜에 새롭게 발견한 단어와 문장들의 힘이다. 마치 일류호텔의 값비싼 뷔페를 통해 온갖 산해진미를 맛보듯 한 자리에서 러시아대문호들의 작품세계를 맛볼 수 있다.

 

하나 더. 도스토예프스키가 평생 동안 돈에 허덕이며 살았기 때문에 미식을 즐기지 못했고 도박에 미쳐 살았다거나 하는 내용은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하나의 중요한 잣대를 제공해준다. 러시아 정교로 인한 러시아인들의 금식, 상류층만 누릴 수 있었던 프랑스문화에 대한 당시 러시아사회의 모습 등은 또 다른 역사의 이면을 보게해준다. 최근에 리뷰했던 「하루 10분 세계사의 오리진을 만나다」, 「역사를 바꾼 100가지 실수」 등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 책의 맛이다.

 

 

 

아쉬운 점들

 

- 텍스트로만 느껴야 하는 음식맛의 아쉬움

이 책의 주제는 러시아문학 속에 담겨있는 음식과 요리에 대한 이야기다. 음식과 요리의 핵심은 맛과 향이다. 물론 종이냄새 나는 책에서 그 맛과 향을 느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뛰어난 문학작가들의 필력이 우리의 뇌를 자극하여 글만 봐도 군침이 돌게 해준다. 마치 눈 앞에 그 음식과 요리들이 한 상 가득 차려져 있고 양손에 포크와 나이프를 쥔 채 당장이라도 집어먹을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전체가 문학작품이 아니라 그 작품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글만 읽는다고 '러시아문학의 맛있는 코드'가 느껴질 순 없다. 이럴때 자료사진이 중간중간 소개되었다면 어땠을까? 예를 들어 p.82를 읽으면서 '라프샤(lapsha, 국수와 국수 요리를 의미하는 러시아어)'와 '마카로니', 그리고 우리나라의 국수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궁금해졌는데 이때 사진 한장이라도 있으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놓치기 아쉬운 문장들

 

"의사소통 수단으로서의 음식은 사회 안에서 인간의 개인성과 위상을 정의 내릴 때 주로 적용된다. 음식은 계급, 인종, 라이프스타일 및 그 밖의 여러 사회적 위상을 말해준다. 먹는다는 것은 무릇 사회적인 해윙다. 사람들은 날마다 먹는다. 그러므로 음식은 먹는 사람에 관한 많은 것들을 드러내 보여준다.(…) 음식은 사회적인 의사소통 시스템으로서 언어 다음으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_pp.110~111

 

"좀더 심층적인 차원에서 음식은 한 인간의 진정한 자기 정체성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_p.112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사람을 더럽히지 않는다. 더럽히는 것은 오히려 입에서 나오는 것이다." _p.112

 

"절식이야말고 절제의 첫걸음이다. (…) 훌륭한 삶의 첫 번째 조건이 절제이듯, 절제의 첫 번째 조건은 절식이다. (…) 절식은 훌륭한 삶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인 반면 탐식은 그 반대, 즉 나쁜 삶의 첫 번째 징후이다." _p.218

 

"입과 배의 욕망의 노예는 언제나 노예이다. 자유의 몸이 되고 싶다면 만사를 제쳐놓고 제일 먼저 입과 배의 욕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것과 싸워야 한다. 배고픔을 다스릴 목적으로 식사를 하되 쾌락을 얻기 위해서는 먹지 말아야 한다." _p.223

 

"집으로 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참된 인생이고 유익한 경험이며 모든 탐구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이거야말로 예술이 지향하는 것, 자기 집으로, 단란한 가정으로, 진실한 자기로, 참된 존재로의 복귀인 것이다." _p.298

 

 

마치며

 

마케팅에 있어서 타겟을 어떻게 설정하는가 하는 문제는 그 결과에 큰 영향을 준다. 책도 독자층을 어떻게 설정하느냐 따라 그 성패가 달라질 수 있다. 오늘 포스팅한 「러시아문학의 맛있는 코드」는 문학(특히 러시아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평상시 선호하던 분야는 아니었지만 책 중간중간에 인용된 러시아 대문호들의 현란한 글솜씨는 집에서만 식사하다가 고급레스토랑에서 한껏 미각의 세계를 탐닉하는 기분마저 든다.

 

하지만 일반 독자에게 있어서는 전문성의 깊이가 꽤 깊다. 러시아문학의 전문가이기에 하나의 단어를 이야기 하더라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지식의 한계는 없어보인다. 빵 한조각을 말하다가 역사를 바꾸어놓은 혁명의 과정들이 생생하게 펼쳐지기도 한다. 사실,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먹음'의 시간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난 후부터는 이제 저녁식사를 하다가도 사회와 문화를 생각하고 역사까지 고민하며 먹게될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글을 쓰는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의 가치는 크다. '러시아'라는 한 나라를, 그리고 그 가운데 음식과 문학이라는 분야만을 놓고도 이렇듯 방대한 깊이의 지식과 경험을 쏟아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움과 부러움을 금할 길이 없다. 한 줄을 써나가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술 기운에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누군가처럼 즐겁고 행복하게 이야기하는 저자의 지식세계에 존경을 표하게 된다. 여러 면에서 '멋'있고 '맛'있는 책이다.

 

 

 

 


 

 

 

러시아문학의 맛있는 이야기「러시아문학의 맛있는 코드」(석영중) 리뷰

calamis

(http://calami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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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alam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