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생각할 때 곁에 두고 싶은 책
- 「살아갈 날들을 위한 통찰」(안상헌) -
나이가 어느 정도 차다보니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베란다 창문에 서서 멍하니 바깥을 내다 보거나 건물 옥상에 올라가 빽빽한 건물들 사이를 목적없이 응시하기도 한다. 그런 행동은 자신의 삶 자체가 목적없이 흘러가고 있다는, 인생에 대한 불안감이 담겨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삶의 멘토가 나의 길을 가르쳐 주고 지금의 시간들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명쾌하게 설명해준다면 좋겠지만 그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이처럼 인생을 생각할 때 곁에 두고 집어 들면 위로가 되는 책 한권이 있다. 인생론의 대가 스무 명에게 우리 인생의 길을 찾아 정리한 「살아갈 날들을 위한 통찰」(안상헌, 북포스, 2013)이다. 4천여권의 독서량을 통한 깊이 있는 통찰은 톨스토이, 쇼펜하우어, 니체, 소크라테스, 에리히 프롬 등의 사상을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담아내게 했다. 그들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1년여간 읽고 깨달은 것들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통찰」(안상헌, 북포스, 348쪽, 2013)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
- '독서의 대가'라는 이름값을 하는 책
이 책은 저자가 1년 여 동안 톨스토이, 쇼펜하우어, 니체, 세네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소크라테스, 소로우, 에리히 프롬, 스캇 펙, 조셉 캠벨, 붓다, 공자, 맹자, 장자, 임어당, 정약용, 왕멍 등 동서양의 거장들의 책을 읽고 그 안에서 깨달은 인생의 진리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4천여권의 책을 읽은 독서의 대가로 알려진 저자이기에 어떠한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을지 궁금했는데 역시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좋은 내용들이 담겨있다.
목차를 보면, '1부 고난; 사는 일은 짐을 잔뜩 지고 산을 오르는 것과 같아', '2부 중용과 절제; 문제는 항상 모자라는 것보다 넘치는 데 있었어', '3부 자기 의지; 내가 중심을 잡지 않으면 삶이 나를 먹어버리지', '4부 공존; 남을 사랑하는 것이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야' 등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 안에는 7~9개의 단편적인 내용들이 들어 있고 각 부의 끝에는 '길을 찾는 이들에게'라는 제목으로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좋다.
-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제목들
각 부의 제목은 물론 그 안에 있는 소제목들이 참 가슴에 와닿는다. '부자는 아니지만 밥 굶을 정도는 아닌 삶', '고통은 넘치는데 즐거움은 없다면', '나를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피크를 만들면 내려오는 길밖에 없는 거여', '느려도 괜찮아', '일을 하는 나만의 이유를 찾아서', '떠난 사람만이 돌아올 수 있다', '사람은 이야기로 산다' 등 그 무엇 하나 쉽게 제목을 단 것 같지 않다. 책을 써보았지만, 제목을 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인가?
이렇듯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책을 읽고싶어진다. 한 편의 짧은 시를 보는 듯한 제목들은 하나 하나가 모두가 놓치기 아쉬운 문장들이다. 물론 본문은 말할 것도 없다. 다독에서 나온 필력이 그대로 한 문장 한 문장에 고스란히 배어있다. 인류역사상 가장 뛰어난 사상가들의 글을 조화롭게 본문 속에 녹여낸 솜씨나 그와 함께 자신의 이야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는 모습이 놀라울 정도다.
- 세 개의 그림이 주는 큰 깨달음
이 책 348페이지 가운데 그림은 단 세 군데에만 나온다. 첫 번째 그림은 p.120에 나오는 '찰스 핸디의 도넛 모형', p.211에 나오는 '찰스 핸디의 S곡선', p.299의 '떠남과 되돌아옴이라는 삶의 과정'에 관한 그림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세 개의 그림이 주는 임팩트가 강하다. 복잡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오히려 너무나 단순해서 여기에 무슨 의미가 담겨 있을까 의구심마저 생기지만 그림과 함께 본문을 읽어보면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예를 들어 '찰스 핸디의 도넛 모형'은 달랑 두 개의 원이 그려진 것이 전부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의미는 말 그대로 심오하다. 안쪽 원이 나타내는 의무와 책임, 현실 등과 바깥쪽 원이 나타내는 가능성, 꿈, 여유로움 삶, 이상 등의 크기와 비율의 차이에 따른 우리의 삶에 대한 해설은 단순하기에 더 설득력이 강하다. 개인적으로 이전의 어떤 자기계발서에서도 본 적이 없기에 더 신선하게 다가온다.
아쉬운 내용들
앞서 말한 인생론의 대가들의 글을 인용할 때에는 따로 배경을 두어 직접 인용하거나 본문 가운데 자연스럽게 간접인용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인용문과 저자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서로 섞여 있는데 읽다보면 저자의 말인지 인생의 대가들이 책을 통해 한 말인지 분간이 안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 부분은 다소 독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일일이 모든 것을 정확하게 구분지어서 표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따옴표만 활용해도 조금 더 명확하지 않을까?
또한 책 몇몇 곳에서 인터넷과 스마트 라이프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스마트 기기의 홍수로 세상은 더 스마트해졌을까'(p.97~)를 읽어보면 종이책과 ebook 등에 대한 견해가 나오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일이관지 역시 내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의 뉴스와 정보는 쓰레기들이다'(p.106)이라는 표현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분명 포털 사이트에서 '충격', '경악' 등의 단어를 남발하여 클릭을 유도하는 행위는 근절해야 할 행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곳의 뉴스를, 더 나아가 그 안에서 얻는 정보들을 '쓰레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그 안에 담긴 정보의 세계에 대해 일부분만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쓰레기 정보가 많이 있다'라고 표현했다면 동의할 수 있다. 뉴스와 더불어 일부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에 정말 그런 쓰레기 정보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처음 가보는 약속장소를 정확히 파악해서 갈 수도 있고 보다 효과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 나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여러 정보들, 아이들의 숙제, 맛있는 저녁식사의 레시피도 빼놓을 수 없다. 업무와 관련된 이메일과 다양한 정보들 역시 포털 사이트를 통해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크나큰 혜택이다. 저자도 대부분의 업무를 이메일로 처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쓰레기라 말한다면 지나친 표현이 아닐까?
말해두지만 난 저자의 안티가 아닌 팬 가운데 한 명이다. 인터넷과 스마트 라이프에 대한 저자의 의견도 존중한다. 단지 이 부분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풀고싶을 뿐이다. 또한 저자의 의도와 다르게 편집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기에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다.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에 의존하고 깊이 빠져드는 것은 분명 주의해야 할 일이지만 그로인한 유익함까지 쓰레기통에 넣어야 한다는 것은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놓치기 아까운 문장들
쟁쟁한 철학자이자 사상가들의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라서 그런지 놓치기 아쉬운 문장들이 너무 많다. 그 가운데 정말 놓치고 싶지 않은 명언들만 추려본다.
p.34 "역경에 처했을 때가 가장 배우기 좋은 상황이다."
p.41 "천재들은 자기 전문 분야가 아니면 백치와 같았다."
p.42 생각대로 살고자 노력하지 않으면 사는 대로생각하게 된다
p.113 "평지에 머물지 말라! 너무 높이 오르지도 말라! 세상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곳은 중간 높이에서니까."
p.163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가가 중요하다
p.212 "피크를 만들면 내려오는 길밖에 없는 거여. 피크가 눈에 보이는 듯하면 산을 바로 바꿔 타야 해."
p.233 "칭찬하는 자의 수가 곧 시기하는 자의 수와 같다."
p.247 "위험을 무릅쓸 용기가 없으면 인생에서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p.275 "인간의 행복을 위협하는 두 가지는 고통과 무료함이다."
p.278 세 가지 행복의 원천:
쇼펜하우어는 사람에게는 중요한 세 가지 행복의 원천이 있다고 말한다. 1. 재생력과 관련된 것으로 음식, 소화, 휴식, 수면 등의 행복이다. 2. 자극적인 감성과 관련된 것으로 달리기, 격투, 무용, 승마 같은 운동이나 게임, 전쟁 같은 것이다. 3. 정신적 감수성과 관련된 것으로 탐구, 사유, 감상, 회화와 조직, 음악, 독서, 명상, 발명 등이다.
p.281 "타고난 재능에 따라 사는 삶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다."
p.335 "하루하루를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라."
오타
p.205 위에서 7번째 줄: '따라가지 말로' → '따라가지 말고'가 맞는 듯
마치며...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말하기를 설교를 잘 하는 목사는 설교할 때 마치 나를 두고 말하는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느낌을 교회의자에 앉아 있는 많은 사람들이 느낀다고 한다. 저자와 비슷한 나이대를 살고 있어서일까, 중간중간 보이는 표현들이 상당히 낯이 익어서 마치 내 얘기를 전해 듣고 하는 것 같다. 마치 설교 잘하는 목사가 앞에서 설교하고 있고 나는 교회의자에 앉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내 마음 속을 들여다 보는 것처럼 많은 부분 공감이 간다.
책을 읽으면서 첫 장부터 느낀 게 있다면 책에 리듬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음악을 들을 때 잔잔한 부분이 있는가 하면 후렴구에서 강렬하게 전해지는 전율 같은 것이 있어야 하듯이 책에도 그러한 리듬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그러한 리듬이 약하다. 같은 톤, 같은 리듬, 같은 음정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느낌이다. 인생의 대가들이 하는 말들을 골고루 인용하다보니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내용은 좋으나 읽는 것이 다소 지루하고 버겁기까지 하다.
한꺼번에 읽어내려가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음미하며 읽기에 좋은 책이다. 그래서 인생을 생각할 때 곁에 두고 싶은 책이다. 전철에서 스마트폰으로 게임하고 어제 못본 드라마를 보는 것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필요한 일이겠지만, 그 시간에 잠시 이 책을 꺼내어 제목 하나만큼씩만 읽어도 하루를 의미있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가치를 지닌 책이다.
인생을 생각할 때 곁에 두고 싶은 책 -「살아갈 날들을 위한 통찰」(안상헌) 리뷰
cala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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