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반환점에 선 이들을 위한 책
- 「마흔 그대, 인생 2막의 꿈을 찾아라」(서병철) 리뷰 -
이 책은 지식을 전해주는 자기계발서라기 보다는 수필의 형식에 더욱 가깝다. 때문에 지식의 습득이 아닌 감정과 생활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측면에서 읽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출처: 인터파크 도서)
:: 1장 고개를 들어보니, 마흔이었다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반환점을 지나고 있는 '마흔'이라는 나이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접근한다. 정신없이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온 길, 그 이후에 남은 것이라고는 지치고 병든 몸과 가장으로서의 의무감뿐인 현실이 이 나이를 힘겹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 어깨에 올려져 있는 짐들은 갈수록 더 무겁기만 하지만 한편으로는 왜 사는가를 알게 되는 나이인 동시에 이때 꾸는 꿈이 인생을 완성하기에 안심이 된다고 위로한다.
:: 2장 마흔의 마음속엔 외로운 아이가 산다
40대의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아내와 아이들만을 바라보면서 모든 어려움을 견뎌온 지금이지만 정작 그들은 모른척하고 외면하는 것이 더 외롭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는 나이, '밥벌이'라는 하나의 목적만으로 살아온 인생길, 그러나 이제 남은 인생이라도 자신을 위해 뜨겁게 살라는 저자의 주장은 어찌보면 어려운 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이자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 3장 거울이 아니라 내면을 보며 나를 찾자 보통의 경우 인생의 반 정도를 지난 이때, 그러나 모든 것이 저무는 것이 아닌 호기심과 꿈을 가지고 새로이 시작하는 아주 좋은 시기라고 말한다. "적어도 마흔에 하지 않은 일은 그 후에도 할 수 없다"고 전하는 지인의 조언은 충격과 함께 묘한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약간의 여유와 시간을 즐기며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며 진정한 자신의 행복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 4장 기적은 사람으로 말미암아 일어난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장이다. 명함을 주고받을 때의 인간관계는 많은 경우에 있어서 참다운 것은 아니며 명함이 휴지통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 관계들도 같이 사라져버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기에 진정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끈한 관계가 결국 기적을 일으킨다고 말하는 저자. 이에 대해 취미나 일 밖의 인간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5장 인생 2막으로 당당히 들어서다
이 책의 주된 주제인 인생의 2막으로 들어서는 방법론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 장이다. 궁극적으로 회사는 나의 미래, 나의 가족, 나의 노후를 책임지지 않는다. 결국 그 모든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임을 저자는 다시한번 독자들에게 상기시킨다. 그에 대한 실제적인 방법으로 퇴사 전에 준비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열심히 공부하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의 주인은 결국 '나'이며 포기하지 않을 때만이 이뤄낼 수 있는 열매들이라고 말한다.
아쉬운 점들
- 현실적인, 그래서 조금은 진부한
이 책에는 성현들의 좋은 말도 들어 있지만 대부분 자신의 삶 속에서 만나고 들었던 지인들의 이야기, 그를 통한 저자의 깨달음이 책 내용의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다보니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들이 많다. 굳이 이 책이 아니더라도 드라마나 여러 미디어를 통해서 수도 없이 들었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명예퇴직', '자녀들과의 대화 단절', '황혼이혼', '돈 버는 기계' 등 이제는 귀에 딱지가 들어앉을 정도의 내용들이기에 반복되는 단어들이 다소 진부함을 느끼게 한다.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은 시끌벅적한 주점에서 약간의 취기가 올라올 때쯤, 자주 주고받을 수 있는 질문들이다. 그 질문이 가치가 없거나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니다.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질문들이다. '인생 2막의 꿈을 찾아라'고 강조하는 책 제목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질문들이지만 그에 대한 방법론 보다는 수필형식을 통한 감동을 전하기에는 왠지 모르게 식상한 느낌이다.
- '마흔'이 몇 번이나 들어 있을까
이 책의 제목은 「마흔 그대, 인생 2막의 꿈을 찾아라」이다. 그런데 본문에서 그 가운데 '마흔'이라는 단어가 유독 많이 보인다. '꿈'이라는 힘이되어주는 단어보다 '마흔'이라는 단어가 주는 왠지 모를 중압감이 많이 느껴지는 이유다. 일일이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마흔'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은 페이지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마치 블로그를 운영할 때 검색엔진최적화를 하듯 여기저기 '마흔'이라는 단어가 포진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이 '마흔'의 인생을 다룬 책이라는 것은 확실하게 각인된 듯 하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특정 연령대를 다룬 책들에서는 그 정도의 느낌을 받은 적이없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유독 '마흔'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여 약간의 거부감마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 페이지를 무작위로 펼쳐 보아도 이 단어가 쉽게 눈에 띈다. 조금 다른 단어들을 혼용해서사용했다면 조금 나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놓치기 아쉬운 문장들
“왜 사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_p.45 ‘사람은 오래 살아서 늙는 것이 아니라 꿈을 읽어버릴 때 늙는다’_p.130 “나는 마치 도둑놈처럼 시간을 좀 훔쳤습니다. 식사 시간도 좀 훔쳐오고, 잠자는 시간도 좀 훔쳐오고, 쓸데없이 잡담하는 시간도 좀 훔쳤지요. 그리고 훔쳐온 시간을 단호하게 휘어잡고 시를 썼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늘 바쁘다고 생각하지만, 필요한 시간은 언제라도 만들어낼 수 있는 겁니다. 저처럼 말이지요.”_pp.136~137 “적어도 마흔에 하지 않은 일은 그 후에도 결코 할 수 없어. 곡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늦어도 사십대에는 꼭 시작해야 해. 마흔은 확실히 삶의 분기점이거든.”_p.137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요 내 영혼의 선장”_p.157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없다고 느낄 때 오는 고독감은 가난 중의 가난이다._p.182 “많은 친구를 두는 것보다 한 명이라도 적을 만들지 말라”_p.193 “천 명의 친구들이 있어도 그것은 적은 숫자이고, 단 한 명이라도 원수가 되면 그것은 많은 숫자다”_p.193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나요?” “노트북을 여세요. 그리고 자판을 두들기세요. 지금 바로요!”_p.241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여름 한 철에만 사는 벌레에게 얼음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_p.249
마치며
표지를 보며 자기계발서의 느낌보다는 수필 형식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다를까 문체가 일반 직장인의 기준에서 본다면 화려하다. 많은 사람들이 ’불쾌하다’의 오타로 오해하는 ‘불콰하다’는 등의 생소한 단어들이 여기저기 보이고 문장의 끝맺음이 간결하진 않다. 저자를 유명한 작가의 이름으로 바꾸었다 하더라도 그대로 인정할만큼 단어의 사용이나 필력이 뛰어나다. 약간의 띄어쓰기와 한 두군데를 제외하고는 오타도 거의 없다.
그래서 앞서 말한 것처럼 아쉬운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들은 마치 '어떻게 알았지?' 하는 마음, 속내를 들킨 것 같은 당황스러움 마저 느끼게 한다. 그래서 책 한 장 한 장이 그냥 넘어가질 않는다. 내 일기장을 넘기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말이다. 그런 면에서 40대를 전후한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한 책이다. 또한 책의 부제처럼 내인생의 리모델링을 준비하는데 든든한 후원군이 되어줄만한 그런 책이다.
cala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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